"이 없으면 잇몸" TV 수요 축소·中 추격…삼성·LG, 플랫폼서 돌파구

삼성·LG, TV 세계 1위 사수했지만 모두 적자…불안감 고조
TV 부진 플랫폼 사업 확대로 대응…내년도 인사·조직개편 반영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새 기준을 제시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전자 모델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2/뉴스1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TV 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을 일제히 강화하고 있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1위를, LG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TV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TV 업체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양사는 제품 자체 판매보다 이미 전 세계에 자리 잡은 TV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 판매나 OS(운영체제) 기능 및 서비스 차별화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최근 두 회사의 2026 정기 임원인사에서 자체 스마트TV 운영체제(OS)(삼성전자 타이젠, LG전자 웹OS) 개발을 이끌어온 이들이 승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TV 세계 1위 사수했지만…글로벌 시장 축소·中 추격 등 불안감 고조

2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TV 시장에서 매출(과 출하량 기준 모두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매출 기준 점유율은 29%로 전년 동기대비(28.6%) 상승했다. 사실상 20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 확정이다.

LG전자는 16.5%에서 15.2%로 하락했으나 2위는 수성했다. 3위와 4위는 각각 중국의 TCL(13.0%)과 하이센스(10.9%)다.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OLED 시장에서 출하량(49.7%)과 매출(45.4%) 기준 모두 1위를 지키며 13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글로벌 TV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지만 이미 위기는 시작됐다. 전체 TV 시장이 축소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어서다.

TV 수요가 침체하면 저가 제품을 더 많이 찾는데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된 국내 업체보단 공격적인 가격경쟁을 하는 중국 업체들의 제품이 더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4975만 대로 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50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3분기 출하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업체들의 출하량 기준 합산 점유율(31.8%)은 이미 한국 업체(28.5%)를 넘어섰다.

LG전자가 독자 스마트 TV 플랫폼 웹OS(webOS)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인 \'LG 라디오 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한다.(LG전자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TV 부진 플랫폼 사업 확대로 대응…내년도 인사·조직개편에도 반영

이미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된 국내 TV 사업의 위기는 현실이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TV 사업은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두 회사는 반등을 위해 제품 판매와 함께 플랫폼 사업 확대로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은 TV용 OS를 외부 기업에 판매하거나 이를 탑재한 자사 TV를 통해 게임,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다.

특히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뒤 이를 대가로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 앱 이용, 선호도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내장된 자동콘텐츠인식(ACR) 기술을 통해 시청 중인 콘텐츠·채널, 시청 시간, 이용자 프로필 등 실제 미디어 이용 행동을 분석한 뒤 개인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은 글로벌 TV OS 시장에서 약 13~19%, LG전자 웹 OS는 7~1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구글 TV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FAST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다.

아울러 FAST의 시장 전망도 밝다. 오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FAST 시장은 2023년 63억 달러에서 2027년 12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의 무게추가 플랫폼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은 최근 2026 정기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두 회사 모두 사업 부진에도 TV 사업에서 승진자가 나왔는데 이들은 플랫폼 사업 분야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김문수 디바이스경험(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SW상품화개발그룹장(상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신임 부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 TV OS인 타이젠이 탑재된 타이젠 TV를 2014년 상용화하는 등 플랫폼 고도화를 이끈 인물이다.

LG전자의 경우 LG TV에 탑재되는 웹OS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웹OS 광고사업실을 담당 체제로 격상하며 조병하 웹OS(webOS)플랫폼사업센터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