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국가경쟁력' 철강·석화 구조조정서 재확인에도 "또 오른다"
'전기요금 제품 원가 10%' 철강·석화 업계…"감면 없이 회복 어려워"
전력소비 2038년까지 연 2% 증가…李 대통령도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내 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기요금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인공지능(AI) 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이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철강·석유화학 업계를 짓누르면서다.
철강·석화 업계는 전력다소비 업종인 만큼 정부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기료 감면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관련 지원법에 전기료 감면은 빠졌다.
특히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만큼 향후 철강·석화 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걸쳐 전기료 문제가 지속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악재로 대위기에 놓인 철강·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국회에서 통과 및 통과 예정인 'K-스틸법'과 '석화 지원법'에 핵심인 전기료 감면이 빠지면서 실질적 효과는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스틸법은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위기에 놓인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으로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석화 지원법의 경우 업계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지원 근거를 명문화한 법안으로 당초 K-스틸법과 함께 지난달 27일 상정 예정이지만 오는 2일로 연기됐다. 그러나 여야 합의 법안인 만큼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불황에 직면한 철강·석화 업계가 강하게 요구했던 전기료 감면은 지원책에서 빠졌다. 두 업계가 전기료 감면을 강하게 요구한 이유는 타 업종에 비해서도 전기료가 제품 원가에서 10%나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는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는데도 전기료는 더 나올 정도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급등한 국내 전기요금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로도 지목된다.
석화 업계의 경우 1년에 전기요금이 10% 오르면 여수산단에 위치한 10개 기업의 추가부담액은 약 1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중국보다도 산업용 전기 요금은 50%나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친환경 비전보다 당장 버틸 수 있느냐가 더 절박하다"며 "전기요금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쟁력 회복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는 시행령에라도 전기료 감면 지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업계 형평성까지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I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기수요가 더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비싼 요금을 내면서도 전기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kWh당 58원에서 190.4원으로 227% 인상됐다.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같은 기간 kWh당 107원에서 152원으로 42% 올랐다. 2023년부터는 산업용 전기료가 주택용보다 비싸졌다.
게다가 전력 수요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진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0~2023년 국내 전력소비가 연 1.7% 증가한 반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기차, 전기보일러 확산 등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본격화되는 2024~2038년에는 연 2%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탄소중립 정책도 전기요금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달 28일 '제30차 UN 기후총회 협상 결과 및 향후 대응 과제' 주제로 열린 기후협상 실무자 초청 국회 세미나에서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나 폭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감축목표 이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전기료 문제는 결국 전력 수급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AI발 전력 수요 급증에 탄소 중립 정책까지 겹치며 정부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논의 과정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앞서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 이에 논의를 시작한 12차 전력 수급계획에서는 조기 탈석탄 요구도 커지면서 향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차 전력 수급 계획에서 세웠던 재생에너지 목표도 다시 짜야 한다. 11차 전기본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를 목표로 했지만, 150GW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감당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유연성 자원 확보 대책도 필요하다.
아울러 무탄소 전원 확대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큰 과제다. 원전·SMR 검토도 변수로 떠올랐다.
11차 전기본은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신규 반영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새 원전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수정 가능성이 크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SMR 연구·실증 일정과 실제 가동 시점이 아직 불확실해 무탄소 전원 구성의 또 다른 변수로 거론된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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