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9억 원 납입 완료했는데"…유진그룹, YTN 매각 승인 취소 '당혹'

法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적법성 못 갖춰"…YTN 매각 승인 취소
최대주주 유진그룹 '끙끙'…정쟁 '희생양' 신세

7일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모습. 2024.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이세현 기자 = 법원이 28일 유진그룹의 YTN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승인 변경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인데, 인수 대금을 모두 납입한 유진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YTN 우리사주조합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2인 체제였던 방통위가 유진그룹의 인수를 승인한 절차는 적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골자다.

재판부는 "재적 위원이 2인뿐이라면 1인이 반대하면 불가능해져 다수결 원리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며 "주요 의사결정은 5인이 모두 임명돼 재적한 상태에서 3인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부득이한 사정으로 5인 미만이 재적하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적어도 3인 이상이 재적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는 2인만 재적한 상태에서 의결했고, 그에 근거해 승인했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방통위는 윤석열 정부 시절 단 한 차례도 5인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고, 민주당도 정치적 이유로 추천을 중단하면서 공백이 장기화했다.

결국 방통위는 대통령 몫(2인)만 남겨져 최소 정족수조차 충족하지 못한 '2인 체제'로 고착됐다. 유진기업 입장에선 '극한 정쟁'(政爭)에서 파생된 유탄을 얻어맞은 셈이다.

유진그룹은 판결 직후 별다른 메시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에선 당혹감이 역력하다. 인수 대금 3199억 원을 진작 납입하고도 최대주주 승인에 제동이 걸렸는데, 이재명 정부는 YTN 인수에 부정적 입장이라 맞대응도 쉽지 않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공공자산 매각이 무원칙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에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국회 협의와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쳐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긴급지시를 내린 직후 김민석 국무총리는 YTN 지분매각 사례를 특정해 언급하며 전·현 정부서 추진된 매각 사례에 대해 즉각적인 전수 조사 및 감사를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방미통위가 항소를 포기한다면,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우선 방미통위 위원 구성을 완료해 절차적 하자(과반 정족수)를 치유한 뒤, 최대주주 변경 승인 안건을 재심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기업은 뉴스1에 행정법원 판결 두 시간여 뒤에야 "법원의 판결문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후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짧은 입장만 밝혔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