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저지 포기…재계, 예외조항 '일반결의' 주력

예외조항 승인 특별결의→일반결의로…'실효성' 상향 방법 고심
일정 기준 이상 자사주만 소각 의무화, 유예기간 확대도 거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경제계가 '예외 조항'의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미 1·2차 상법 개정안에 경제계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3차 개정안 역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개정안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보다는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의 실효성을 높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해외처럼 자사주 보유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처분을 의무화하거나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반대'서 '입장' 반영으로 선회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2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바꿀 수 없는 분위기라고 본다"며 "시장에 영향을 덜미치고 기업도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대표적으로 미세 조정을 해야 할 내용으로 민주당이 설정한 '예외 조항'을 꼽고 있다. 개정안에선 임직원 보상 목적, 우리사주제도 시행, 신기술 도입 및 전략적 제휴, 재무구조 개선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할 경우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작성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경우 보유를 허용하도록 예외를 뒀다. 물론 이때에도 자사주를 보유하기 위해선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정관에 이 같은 취지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주총 특별결의가 쉽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주 설득만 되면 제한 없이 (자사주 보유를) 허용해 주겠다는 것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관에 '경영상 목적을 이유로 자사주를 보유하기 위해선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고 특별결의는 자본금 감소와 같은 회사의 중요 사항에 대해서만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결의를 일반결의로 바꿔주는 방안은 예외 조항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별결의는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일반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 예외 조항을 활용할 수 있는 허들을 낮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예외 조항 실효성 높이고 유예 기간 확대 방안 등 거론

독일과 같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되 자사주 보유 비율로 처분하는 방안도 경제계에선 충분히 도입해 볼 만한 대안이라고 꼽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규정이 있는 독일에선 자사주 보유 비율이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면 3년 이내 처분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존에 보유하거나 신규 취득한 자사주 가운데 일부 비중은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예 기간을 늘려 기업들이 새로운 상법에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의 개정안에는 회사가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법 시행 이전 취득한 자사주는 법 시행 후 6개월의 추가 유예 기간을 뒀다.

경제계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의견을 취합해 정부·여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