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7곳 "'처벌·제재 강화' 노동안전 대책으로 산재 못줄여"

'정부 대책, 예방보다 사후처벌 집중'…'처벌 수위도 과도'
경총,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인식도 조사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인식도 (자료제공 = 한국경영자총협회)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7곳은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이 산재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현행 사업주 처벌 수위 역시 과도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기업 262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 25일 발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인식도 조사' 결과 '노동안전 종합대책' 내용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222개 사) 중 73%(162개 사)가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27%(60개 사)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이유에 대해선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되어 있어서'(57%, 92개 사)가 많았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는 '기업의 안전투자가 증가할 것 같아서'(30%, 18개 사)’라는 답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경총은 이에 대해 산재 예방은 근로자, 노조, 하청 등 사업장 내 구성원 모두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데, 이번 정부 대책이 오로지 사업주 처벌 및 제재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안전 종합대책' 중 기업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내용에 대해선 44%(116개 사)가 '과징금, 영업정지 등 경제 제재 강화'라고 답했다. 사망사고 발생 시 현행 사업주 및 기업 처벌 수위에 대해선 76%(198개 사)가 '과도하다'고 했다.

경총은 영업이익 기반의 과징금 제도 신설 및 영업정지 대상 확대가 기업 경영활동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조사 결과에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69%(182개 사)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 이유에는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워서'(54%, 98개 사)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경총은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고용 없이는 사업 운영이 어렵고, 내국인 등 대체인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한 상황에서 정부가 고려 없이 기업제재 목적으로 강화된 고용제한 대책을 마련한 것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조사 결과에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선 67%(115개 사)가 '부정적'이라 답했다. 그 이유로는 원청의 비용·행정 등의 부담 증가(32%, 52개 사)’를 가장 많이 택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 행사 요건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57%(149개 사)는 '부정적'이라 답했는데 이는 '기준이 불명확해 책임소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42%, 62개 사)는 우려가 가장 많았다.

중대재해 반복 기업에 대해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대상 확대 등의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66%(173개 사)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 제재 강화가 중대재해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45%, 78개 사)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사업장 감독 시 시정 기회 없이 즉시 처벌하는 것에 대해 94%(247개 사)가 '부정적'이라고 했고 이 같은 응답 이유에 대해선 '처벌 위주 감독이 산재 예방에 도움이 안돼서'(46%, 114개 사)’라는 답이 많았다.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산업 안전 정책으로는 '감독 정책을 처벌에서 지도·지원으로 전환'(44%), '근로자 안전보건 책임 확대'(37%) 등의 순이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조사 결과 기업들은 사업주 책임만 강조하는 정책과 사후 제재 중심의 대책에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정부와 국회는 엄벌주의 정책 기조를 지양하고, 안전규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법령 정비 등 사전예방 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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