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 이번주 시동…후속 동력 '파격적 당근책' 나오나

정부 발표 이후 세달만에 첫 사례…추가 재편 기업 나와야
정부 지원 방안에 업계 관심…세제혜택·R&D 지원 필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부문 본부장 등 참석자들과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 재편이 이번 주 첫발을 뗄 것으로 보인다. 세간의 이목은 1호 재편 기업이 나온 후 추가적인 통폐합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 쏠린다.

업계에선 1호 통폐합 결정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당근책이 제시되면 정부가 구상하는 과잉 설비 감축 및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설비 통합 골자 '사업 재편안'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에틸렌 생산시설 설비 통합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재편안은 거의 확정 단계로 임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사의 재편안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 출자로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 유력하다. 양사는 합작사의 지분을 비슷하게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재편안은 사실상 롯데케미칼의 이사회 통과만 남은 상태다. HD현대케미칼은 비상장사이기에 이사회 의결 사안이 아니다.

이번 재편안은 정부가 지난 8월 20일 구조조정과 자구안 마련 요구를 공식화한 지 세 달여만에 나왔다. 한때 기업별 다른 이해관계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양사는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만 업계에선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구조조정의 최우선 과제는 NCC 설비 감축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NCC 생산 능력은 1475만 톤이다. 올해 기준으로는 1295만 톤이지만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생산 능력인 180만 톤을 합한 수치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규모인 270만~370만 톤은 전체 생산 능력의 18~25% 수준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2023.6.1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추가적인 재편안 나와야 정부 목표 달성…세제 혜택·R&D 지원 필수

대산석유단지의 롯데케미칼, HD현대케미칼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각각 110만 톤, 85만 톤이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생산량 감축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감축 계획이 나와야 한다.

현재 다른 석화기업들 역시 사업 재편안 마련하고 있다. 울산 석화단지에선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가 최근 외부 컨설팅사 선정하고 통합 구조와 감산량 등을 협의하고 있다. 여수산단에선 LG화학과 GS칼텍스가 외부 컨설팅사를 선정해 설비 통폐합 작업을 착수했다.

업계에선 석화 산업 재편이 이어지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업 재편 논의 중인 기업 간의 입장차가 엇갈려 논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선 세제 혜택을 비롯해 고부가 스페셜티 전환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은 물론 사업 전환에 대한 정책금융 등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 추가적인 재편안이 연달아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산 통합으로 발생할 유휴자산으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문제도 들여다볼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선 부채비율 상승이 걱정일 것"이라며 "대대적인 구조 재편을 위해선 정부가 대승적으로 지원을 검토해 주면 구조재편 작업에 속도가 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