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사장단 인사, 이재용 왜? "전문성 강화·사업 본궤도 자신감"
'반도체' 전영현·'모바일·가전' 노태문에 일임…미래 도전·경영 안정 균형
삼성전자, 이르면 다음주 임원 인사·조직개편…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속도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21일 단행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를 영입하고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로 사장단 인사를 최소화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삼성전자 임원 인사와 다른 계열사 인사에서도 '기술 인재' 발탁과 '책임 경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 1명 승진,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4명 규모의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예상보다 인사 폭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2인자였던 정현회 부회장이 용퇴하고 사업지원실이 상설화되면서 이번 인사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그대로 겸임하면서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직을 넘겼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직무대행을 떼고 정식으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으로 선임됐다.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직도 그대로 유지한다.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부사장은 삼성전자 DX 부문 CTO 사장 겸 삼성 리서치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박홍근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SAIT 원장에 위촉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를 두고 먼저 전문성 강화라는 해석이 먼저 나온다. 반도체 사업의 전영현 부회장, 모바일·가전 부문의 노태문 사장 투톱 체제를 명확히 확립했다. 삼성전자를 DS와 MX의 두 축으로 운영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지난해 5월 DS 부문장으로 전격 등판했다. 이번에 SAIT 원장을 넘겨주면서 반도체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노태문 사장 역시 DX부문장으로 공식 선임하면서 동시에 MX사업부장 역시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3월부터 유지했던 직무대행으로 DX부문을 이끌었던 노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SAIT 원장 역시 25년 이상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온 글로벌 석학인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를 새로 위촉했다. 나노 기술 전문성 및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SAIT에서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승진한 윤장현 사장 역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통한다. MX사업부 IoT & Tizen개발팀장, S/W Platform팀장, S/W담당 등의 보직을 거쳤다. 그는 DX부문 CTO로서 모바일, TV, 가전 등 주력사업과 AI, 로봇 등 미래 기술 간의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지원 부문의 일부 영역에만 일부 변경이 있을 뿐 소폭으로 단행됐다. 현재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랐기에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안정된 조직을 바탕으로 기존 경영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과 노 사장이 올해 이뤄낸 업무 성과가 뛰어나지 않았느냐"며 "이들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핵심 축으로 설정한 반도체와 모바일 사업은 현재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순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12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그 뒤에는 DS 부문의 반등과 MX 부문의 약진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도 1위를 탈환했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핵심 사업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는 게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라는 분석이다.
MX 부문 역시 자신감이 충분히 붙은 상태다. MX 부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7·플립7을 중심으로 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 덕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주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부터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나타난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안정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날 송규종 부사장을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사장 겸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로 승진 내정했다. 송 신임 사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업지원팀장, 경영지원실장과 삼성물산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한 재무관리 전문가다.
삼성벤처투자도 이종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이 신임 대표는 삼성SDI 기초연구LAB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OLED선행기술팀장, 삼성디스플레이 QD개발팀장 등을 거쳐 현재까지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QD-OLED 사업을 총괄했다.
에스원은 삼성물산의 정해린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2022년 말부터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겸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를 맡았던 정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 지원팀 및 구주총괄 등 다양한 조직을 거친 경영관리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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