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피지컬 AI' 밑그림…뿌리부터 양산까지 국내에 밸류체인
국내 투자 125조, 40% 급증…피지컬 AI '뿌리' 데이터센터 설립
로봇 실증·양산 '생태계' 조성…자율주행車 개발 가속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차(005380)그룹의 피지컬 인공지능(AI) 밑그림이 공개됐다. 피지컬 AI의 뿌리인 데이터센터는 물론 실증 센터와 로봇 양산 공장까지 한국형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피지컬 AI 등을 위해 50조 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16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125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5년 투자액(89조 1000억 원) 대비 36조 1000억 원(40.5%) 증가한 수치다. 연평균 25조 원을 상회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액 추정치가 17조 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약 47% 증가한 수준이다.
투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집중된다. 전체 투자액의 40.3%인 50조 5000억 원을 미래 신사업 분야에 쏟기로 했다.
역대급 이번 투자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공장 설립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국내 투자의 핵심은 국내 AI·로봇 산업의 육성, 그린에너지 생태계의 발전"이라며 "자율주행, 자율제조,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다품종 로봇 생산이 가능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피지컬 AI'가 핵심이다.
피지컬 AI는 센서, AI 알고리즘, 제어기술을 결합해 실제 물리 세계에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과 행동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말한다. AI가 두뇌 역할을 넘어 실제 세계에서 손과 발을 가진 지능이 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적이다.
피지컬 AI를 위해서는 뿌리인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이터센터가 필수다. 현대차그룹의 투자액 상당수는 데이터센터 설립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자율주행차 등에서 생성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말 엔비디아로부터 블랙웰 GPU 5만장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 금액이 30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는 감가상각 기간이 5년에 불과하고, 투자금액의 60~65%를 차지하는 고성능칩은 3~5년마다 교체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 로봇의 학습은 대부분 동영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엔비디아에서 구매하기로 한 블랙웰 5만 장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은 초기 5조~10조 원으로 로봇 학습을 위해 2~3배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의 검증을 위한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도 설립한다. 이를 통해 로봇의 실제 산업현장 투입 전 신뢰성을 최종 검증해 피지컬 AI 생태계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로봇 공장도 마련한다. 피지컬 AI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장소를 물색 중이다. 현대차그룹 자체 로봇뿐 아니라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로 로봇과 자율주행차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CES 2026에서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3세대 휴머노이드 'E-아틀라스' 등 로보틱스 기술을 대거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시범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엔드 투 엔드(E2E) 딥러닝 모델 기반의 '아트리아(Atria) AI'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룹 내부 포티투닷(42dot)과 모셔널 등은 물론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Waymo)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AI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SDV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 SDV 페이스카(시험차)를 공개하고 양산차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국내 투자는 국내 관련 산업을 고도화하고, 연관 산업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로의 신속한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미래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만들어 국가 경제 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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