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일가, 정·관계 정략결혼 줄었다…재계·일반인과 혼인 증가

오너 4~5세, 정관계 혼맥 6.9%·재계 간 혼인 46.5%
LS그룹, 7개 대기업과 혼맥…LG·GS, 4개 기업과 사돈

(자료제공 = CEO스코어)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혼인 관계를 분석한 결과, 과거에는 정·관계와 사돈을 맺는 '정략결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재계 및 일반인과 혼맥을 잇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혼맥이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수단에서 벗어나, 서로를 잘 이해하는 같은 재계나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올해 대기업집단 81곳의 총수 일가 중 혼맥 분류를 할 수 있는 380명을 조사한 결과, 오너 2세는 정·관계 혼맥 비중이 24.1%였지만 오너 3세는 14.1%, 오너 4~5세는 6.9%로 감소했다.

오너 2세 중 정·관계와 혼맥을 맺은 주요 그룹은 HD현대, LS, SK 등이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 딸인 김영명 씨와,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은 이재전 전 대통령 경호실 차장의 딸인 이현주 씨와 결혼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결혼했으나, 지난달 대법원에서 최종 이혼이 확정됐다.

정·관계 혼맥 비중은 줄지만 재계 집안 간 혼인 비중은 갈수록 늘었다.

기존 오너 2세의 재계 집안 간 혼맥 비중은 34.5%였는데 오너 3세는 47.9%, 4~5세는 46.5%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기업 총수 집안과 일반 집안과의 혼맥 비중 역시 오너 2세는 29.3%였는데 오너 3세는 23.3%, 4~5세 37.2%였다.

CJ 오너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아나운서인 이다희 씨와 결혼했고, 현대자동차 4세인 선아영 씨(정성이 이노션 고문 자녀)는 배우 길용우 씨 아들과 혼인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자녀 정유미 씨는 일반인과, 정준 씨는 세계적 프로골프선수 리디아 고와 결혼했다.

(자료제공 = CEO스코어)

조사 대상 380명 중 결혼 시기가 확인된 361명을 대상으로 2000년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결과, 2000년 이전 재계의 정·관계 혼맥 비중은 24.2%(58명)였는데, 2000년 이후에는 7.4%(9명)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2000년 이전 재계 간 혼맥은 39.2%(94명)에서 2000년 이후에는 48.0%(58명)로 8.8%포인트 증가했고, 일반인과의 혼맥도 같은 기간 24.6%(59명)에서 31.4%(38명)로 6.8%포인트 늘었다.

재계 간의 관계를 보면 LS그룹이 가장 많은 7개 대기업과 혼맥을 맺고 있었다. LS와 혼맥으로 연결된 그룹은 두산, 현대자동차, OCI, BGF, 삼표, 사조, 범(汎)동국제강(KISCO홀딩스) 등이다.

LG는 DL, 삼성, GS, 두산과, GS는 LG, 삼표, 중앙, 태광과 혼맥을 형성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GS는 범GS 계열로 확장하면 금호석유화학, 세아와도 연결됐다.

현대자동차는 LS, 삼표, 애경과, 태광은 범롯데(산사스식품), GS, 동국제강과, BGF는 아모레퍼시픽, LS, 삼성과, 삼표는 GS, LS, 현대자동차와 각각 혼맥으로 얽혔다. 이외에도 농심, 한진, 두산, 코오롱, OCI, 세아, 아모레퍼시픽, 애경 등은 2개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혼맥으로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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