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NDC 결국은 폭탄"…탄소배출권 구매 비용 '수십조' 우려

18개사 5년간 배출권 구매 비용만 5조…1톤당 배출권 가격 오를듯
비용 부담 고용 위축으로…'내연차 판매 불가' 산업 생태계 붕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6/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박기범 기자 =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범위로 결정하면서 산업계는 수십조 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일명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에 이어서 또 다른 폭탄을 던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계에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배출권 구매 비용이 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철강, 정유, 시멘트, 석유화학 등 4개 업종의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추정한 것이어서 실제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업의 배출권 구매 비용 증가는 고용 감축과 연구개발(R&D) 비용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이는 우리나라 산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업계 '최악의 시나리오'…"비용 폭탄 어쩌나"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10일 전체 회의를 열고 정부가 보고한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53~61% 안'을 의결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감축 목표를 50~60%, 53~60% 안으로 압축했고 '53~61% 안'이 확정됐다. 정부의 감축 시나리오 가운데 최저 수준인 48% 감축안에도 난색을 보였던 우리 산업계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게 된 셈이다.

NDC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자발적으로 정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하는 수치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이다. 정부가 배출 허용량인 배출권을 기업에 할당, 이 범위 내에서만 배출할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2035년 NDC가 더욱더 엄격해지면서 배출권 구매 비용 급증에 직면한 산업계에선 불만이 거세다. 최근 철강, 석유, 시멘트, 석유화학 등 4개 업종별 협회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구매 부담을 조사한 결과, 18개 사의 배출권 구매 비용만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2030년까지 40%인 목표치가 2035년에는 하한선이 53%로 증가한 데다 이번 조사는 4개 업종의 18개 회사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배출권 구매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 산업 관련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 사업의 핵심 감축 기술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이 NDC안에 포함될지 여부에 따른 비용 차이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큰 부담 없이 제도 이행 가능"…업계에선 산업 생태계 붕괴 지적

지난해 평균 1톤당 9245원이었던 배출권 가격이 향후 톤당 최대 9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임재규 숭실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산업 에너지전환 정책세미나에서 "2018년 대비 53% 감축하는 방식으로 2035 NDC를 설정할 경우, 2035년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최대 2.3% 감소하고 감축 비용은 1톤당 최대 9만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들어가는 감축 비용 역시 해마다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산업계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고용 감소,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실가스 다 배출 업종의 관계자는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계 경쟁력 약화로 수출과 고용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출권 구매 비용 부담으로 인건비 등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R&D 비용도 줄이면서 결국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계에서 폭탄 수준의 구매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과다 산정"이라고 반박했다. 3기 기업의 배출량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산업 등 발전 외 부문의 4기 배출권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고 경기 회복으로 생산량이 증가해도 무상할당업종은 추가 무상할당을 받을 수 있어 큰 부담 없이 제도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부담을 호소한 데 대해 학계에서도 "이미 감축 목표가 5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이제 와서 부담을 호소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기업들의 비용 증가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붕괴 가능성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선 정부의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수많은 부품사가 도산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만여 곳에 달하는 국내 부품 기업 중 45.2%가 여전히 엔진·변속기·연료·배기계 등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해당 기업 종사자는 전체 고용의 47.2%(약 11만 명)에 달한다. NDC 강행 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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