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카르타 노선 배분…제주항공 vs 이스타항공 각축전 예고

독과점 우려 10개 노선 배분 개시…이번주 초 항공사 입찰 마감
임자 없는 국제선 자카르타·괌…괌 공급과잉, 입찰 저조할듯

제주항공이 지난달 17일 구매 도입한 B737-8 7호기의 모습(자료사진. 제주항공 제공). 2025.10.17.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른 시정조치의 하나로 양사 독과점 우려 노선 34개 중 10개 노선에 대한 배분 절차를 개시했다. 이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을 두고 저비용항공사(LCC) 간 입찰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유력한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거론된다.

공정위, 10개 노선 배분 신청 개시… 호놀룰루·런던·시애틀 임자 있어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이행감독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운항을 목표로 지난주 항공사들로부터 10개 노선에 대한 배분 입찰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번 주 초 신청을 마감할 계획이다.

대상 노선은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괌 △부산-괌 등 미국 4개 노선과 △인천- 런던 등 영국 1개 노선 △인천-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1개 노선 △김포-제주 △광주-제주 △제주-김포 △제주-광주 등 국내선 4개 노선이다.

인천-호놀룰루, 인천-런던 노선은 미국 경쟁당국과 영국 경쟁당국에서 이미 에어프레미아, 버진 애틀랜틱을 각각 대체항공사로 지정한 상태다. 인천-시애틀은 미주 항공편을 이미 띄우고 있고, 대형기를 보유한 에어프레미아가 가장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은 국제선 중 알짜, 자카르타 꼽혀…韓기업 진출로 상용 여객수요 꾸준

항공업계는 남은 국제선 중 자카르타 노선에 LCC들의 입찰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괌 노선은 현재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제값을 받기 쉽지 않아서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지난 8월 괌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신청을 받는 노선 중 알짜는 자카르타 정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여행객 수는 늘고 있다. 양국 관광 당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8만 2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21만 6000여명으로 15.4% 증가했다.

이 중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수도이자 국가 최대 도시다. 현재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도 자카르타에 공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출장 등 상용 여객 수요가 꾸준히 있는 노선"이라며 "운수권이 없으면 정기편을 띄울 수 없는 비자유화 노선이기도 해 이번에 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이스타항공에 인도된 B737-8 2대의 모습 (자료사진. 이스타항공 제공) 2025.9.19.
대한항공·아시아나 계열 LCC 입찰 제한…티웨이 '유럽'·에어프레미아 '美' 주력

자카르타 노선을 가져갈 LCC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이번 노선 배분 목적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는 데 있는 만큼 양사 계열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입찰이 제한된다.

티웨이항공은 앞선 시정조치의 일환으로 유럽 4개 노선을 배분받아 지난해 8월부터 LCC 최초로 유럽 운항을 시작했고,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노선 확대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신생 파라타항공은 항공기 3대로 이달 취항하는 첫 국제선 노선인 일본과 베트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이번 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각 사의 장점도 충분하다.

공룡사 견제엔 '3위' 제주항공 효과적…인니 노선 형평성 생각하면 이스타항공

먼저 제주항공은 국내 LCC 중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 노선에 진출해 현지 운항 노하우가 쌓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인천발 바탐행·발리행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특히 발리 노선은 기존 대한항공이 독점 운항하던 곳으로 제주항공의 신규 진입으로 운임 인하 효과가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항공이 국내 3위 항공사인 점도 심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내년 말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사가 출범하면 이를 견제할 만한 크기의 항공사가 시급한데, 군소사보다는 3위의 덩치를 키워주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애경그룹 차원의 지원 덕분에 창립 이후 지난 20년간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매각 이슈가 없었던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반대로 이스타항공은 현재 인도네시아 정기편이 없는 점을 들어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자카르타 노선 배분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부터 마나도에 취항하며 인도네시아 하늘길에 처음 들어갔지만, 운수권이 없어 부정기편으로 운항 중이다. 지난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국 간 직항 항공편을 확대하면서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진에어에 운수권을 배분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번 자카르타 노선을 배분받아 인도네시아 지역에 정기편을 취항, 현지 시장에 안착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노선을 운항할 기재도 여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LCC가 보유한 보잉 기재 가운데 5500㎞ 거리의 인도네시아까지 운항 가능한 항공기는 B737-8 정도다. 이스타항공은 올해에만 4대를 도입했고, 내달 1대를 추가로 들여오면 보유 대수가 총 10대로 늘어난다.

인도네시아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 도심의 모습(자료사진). 2021.08.0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