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휘청였던' 두산에너빌, 시즌2 우려에도 '이번엔 다르다'

'탈원전 저울질' 정부도 SMR 긍정적…글로벌 시장서도 경쟁력 확보
가스터빈, 미래 성장동력 부상…탈원전에 SMR 막혀도 걱정 無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진행된 SMR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시즌 2' 우려에도 과거와 달리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수주 물량이 급감하며 실적이 악화돼 알짜 자산 매각까지 단행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제작사로서 차세대 SMR 핵심 부품 제작기술을 확보했다. 또 새 성장동력으로 가스터빈 사업을 낙점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 저울질' 정부도 SMR 긍정적…국내 넘어 글로벌 시장서도 경쟁력 확보

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원자력안전위원위원회(원안위)가 고리 2호기 10년 계속운전 결정을 다시 한번 보류하며 '탈원전 시즌2'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현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내걸며 원전에 대해선 모호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정부도 SMR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행사 직후 현장에서 원자력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기업 간 업무협약(MOU) 4건을 체결하기도 했다.

실제 SMR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미래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원전 설비 규모가 지난해 377GW에서 2050년 최대 992GW까지 2.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가운데 SMR은 2050년 신규 원전 설비의 약 2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재개뿐 아니라 해외 원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 주요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SMR의 핵심 기자재 제작 능력을 인정받았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SMR 핵심 기자재 제작 능력을 고려할 때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R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주 기기 제작 능력을 갖춘 기업을 거의 없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 기반을 갖춘 만큼 앞으로도 수주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MW급 가스터빈 제품.
가스터빈, 미래 성장동력 부상…탈원전에 SMR 막혀도 걱정 無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핵심 기자재 제작 능력을 보유했지만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는 필수적이다. SMR 사업의 수익도 결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과거 탈원전 정책이 시행될 때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도 원전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일찌감치 가스터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며 정책 변수에 대응하고 있다.

가스터빈 산업도 SMR과 같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사업 고도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재생에너지보다는 LNG(액화천연가스)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매년 LNG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가스터빈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2396억 달러(약 342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연평균 4.66%씩 성장해 오는 2032년 3750억원(약 5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술 난도가 높은 대형 가스터빈을 2019년 전 세계 다섯 번째,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독자개발했다. 지난해부터 국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13일 미국의 유명 빅테크 기업에 380MW급 대형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북미 내 복수의 데이터센터 개발 기업과 2028년까지 10기 이상의 가스터빈 공급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전체 주문량이 가스터빈 빅3의 연간 생산량인 60~70GW를 훨씬 뛰어넘는 만큼 이를 제외하고 유일한 공급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에도 기회가 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 부문에서도 2022년 8MW급 해상풍력 발전기 국제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7월 10MW급 모델도 국제 인증을 받는 등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