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온다 노 젓자"…韓 배터리 3사, 美 ESS 생산능력 확대 총력

LG엔솔·삼성SDI·SK온, 북미 합작공장 ESS 전환 가속
중국산 배터리 제한 속 한국산 ESS 수요 급증 전망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 컨테이너 제품(LG에너지솔루션) ⓒ News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해 생산능력(CAPA)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둔화된 반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ESS 수요가 폭증하면서 신성장 기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LG엔솔·삼성SDI·SK온, 美 공장 전환 가속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북미 합작공장을 중심으로 ESS 전용 라인 확대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공장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내년 말 기준 ESS 생산능력이 기존 계획(30GWh)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내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 라인을 삼원계(NCA) 기반 ESS 배터리용으로 전환해 가동을 시작했으며, 내년 4분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라인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 말쯤에는 연간 약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미국 ESS 캐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SKBA 공장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시장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향후 ESS 수요 증가에 따라 JV를 포함한 모든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I 시대…韓 배터리 수요 폭발"

배터리 3사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미국 ESS 시장에서 한국산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SS가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미국 내 ESS 시장은 2023년 80GWh에서 2030년 130GWh로 고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산 배터리에 60% 안팎의 관세를 부과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막은 것도 우리 기업에 호재다. 미국에서 ESS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한국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최근 대규모 수주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단일 계약 기준 최대인 총 43억 900만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계약을 완료했으며, 추가공급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확보해 최대 7.2GWh의 공급 계약이 기대된다. 이 경우 계약규모는 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최근 테슬라와 10GWh 안팎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3조 원으로 추산된다. 삼성SDI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같은 수요 증대에도 현지 생산 능력은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니온다. 삼성SDI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ESS 배터리 수요 대비 현지 생산능력으로 커버 가능한 비중을 30%로 보고 있다"며 "중국산 배터리 사용 감소, 미국 진출 배터리 업체들의 현지 공급망관리(SCM)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 수요 대비 생산 캐파 부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고 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급부족보다는 미래 수요를 대비해 생산 능력을 늘린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며 "현지 수요 확대를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 능력 확대가 필수"라고 말했다.

전기차→ESS 리밸런싱…제품 다양화

전기차 수요 부족 속 생산라인을 ESS로 리밸런싱하면서 시장 대응과 함께 비용 최소화도 업계가 기대하는 효과 중 하나다. 배터리 3사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통적으로 "ESS 중심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배터리 3사는 이와 함께 다양한 신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까지 각형 기반 LFP ESS 제품을 준비 중이며, 자회사 버테크(Vertech)의 시스템통합 및 운영 관리 역량을 더해 전력 예측, 거래 설루션까지 제공하는 토털 프로바이더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지난 1일 SK엔무브와 합병법인 공식 출범과 함께 액침 냉각과 배터리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 액침냉각 기술 등 혁신 설루션을 개발해 EV 및 ESS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독자 생존기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SBB 1.7(각형 NCA), SBB 2.0(각형 LFP) 등 차세대 ESS 배터리 라인업을 구축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