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100만닉스'까지…최태원 "주가 더 오르길 희망" 자신감 왜?
목표주가 100만 원, 메모리의 TSMC…증권가, 사이클 탈피 주목
최태원 "규모→효율로 패러다임 전환"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슈퍼 메모리 사이클에 올라탄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는 상황에서 마침내 목표 주가가 1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사이클 산업이던 메모리 산업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각광받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기존 D램과 낸드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치솟고 있어 슈퍼 사이클(초호황)이 과거보다 더 길게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따른 메모리 병목을 지적하면서 SK하이닉스의 기술과 생산능력 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 SK하이닉스의 낙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전날(3일) 펴낸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48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상향했다. 국내 증권사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로 100만 원을 제시한 것은 SK증권이 처음이다.
SK증권은 목표 주가를 100만 원으로 높여 잡은 이유는 2026년 엉업이익 전망치를 56조 원에서 76조 원으로 35% 상향했고, 기업가치 평가 방법을 기존 주가순자산비율(P/B)에서 주가수익비율(P/E)로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B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자산 가치가 중요하거나 경기에 따라 실적이 변하는 철강, 조선, 메모리 반도체 등 산업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된다.
반면 P/E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투자한 돈을 이익으로 회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 나타낸다. IT플랫폼, 비사이클 고성장 기업 등 이익의 안정성이 확보된 성장주를 평가할 때 사용된다.
SK하이닉스가 더 이상 경기에 좌우되지 않고 고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SK증권은 AI 인프라 투자의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채용량이 급증할 뿐 아니라 고성능·고용량 D램, 커스텀(맞춤형) HBM, eSSD 등 메모리 전반으로 수혜가 다변화하면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증권은 "공급 부족과 맞물린 장기적 수요 강세 국면은 메모리 산업을 선수주, 후증설의 구조로 변모시킬 것"이라며 "메모리의 안정적 수급 없이 AI 로드맵의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한 2~3년의 장기공급계약 비중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HBM뿐 아니라 D램, 낸드 장기계약을 원하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보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90만 원으로 제시하면서 SK하이닉스를 메모리의 TSMC로 비유했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이 71%에 달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일반 제조기업이 아니라 기술 완성도와 공급 안정성을 기반으로 고객사와 견고한 신뢰를 구축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공통점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전날 SK AI 서밋 2025에서 나온 최태원 SK 회장과 곽노정 SK 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도 메모리 산업이 구조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했다.
최 회장은 AI 확산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컴퓨팅 파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병목 현상을 최대 과제로 지적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AI 설루션'을 SK그룹의 과제로 제시했다. 과거 메모리 기업이 더 미세한 공정을 적용해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규모가 아닌 효율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구조를 개선해 데이터 이동 효율을 극대화한 HBM이 대표적 사례다.
최 회장은 메모리 생산 능력과 기술 향상을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2027년부터 가동될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팹 한 곳당 청주캠퍼스 M15X 6개가 들어가고, 용인반도체클러스터 4개 팹이 완성되면 청주캠퍼스 M15X 팹 24개가 지어지는 효과가 있다. 또 고용량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제품 개발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기조연설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60만 원을 넘은 데 대해 "조금 더 올라갈 것으로 희망한다"며 "AI 관련 리소스가 얼마나 투여되느냐에 따라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기조연설에서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공급자)에서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곽 CEO는 "고객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며 나아가 에코시스템(생태계)과 상호작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를 TSMC와 비교한 증권사 분석과 맞닿아 있다.
그러면서 미래 메모리 설루션으로 커스텀(맞춤형) HBM, AI-D(D램), AI-N(낸드)을 제시했다. AI 시대 요구되는 저전력, 저비용, 고용량, 고성능 등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을 선보여 AI 메모리 시장을 지속해서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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