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치킨부터 트럼프까지…재계 총수들도 '발로 뛴' APEC CEO 서밋
젠슨황 만난 이재용·정의선…경주·서울 오가며 현장 세일즈
美 러트닉과 분단위 회동…1일엔 중국 시진핑 주석 만찬 모임
- 박기범 기자
(경주=뉴스1) 박기범 기자 =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경제포럼인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31일 막을 내렸다.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재계 총수들은 기업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며 치열한 '현장 세일' 활동을 펼쳤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서밋 기간 주요 그룹 총수들이 경주에서 빽빽한 면담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행사 기간 경주를 방문한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APEC CEO 서밋 의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다.
이들은 주요 인사들과 만나거나 특별 세션의 연설자로 나서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깐부 치킨' 회동은 총수들의 바쁜 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30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했다.
이날 회동은 황 CEO의 제안에 두 총수가 응하면서 성사됐다. 두 총수는 이날 정장이 아닌 흰색 티셔츠 차림에 회색 후드 재킷(정의선)과 검은색 재킷(이재용) 차림으로 등장하며 황 CEO와 드레스코드를 맞췄고, 치킨 회동 이후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현장에 모인 대중들 앞에 나서기로 했다.
평소 공개 행보를 자제해 '조용한 경영자'로 불리는 두 총수가 황 CEO 제안으로 대중 앞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세일즈맨' 면모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두 사람은 개막식 참석차 29일 경주를 방문한 뒤 30일에 서울에서 치킨 회동을, 그다음 날인 31일에 다시 경주를 방문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최태원 회장 역시 전날(31일) 서밋의 마지막 세션에 연사로 나선 황 CEO를 행사장인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만나 스탠딩 형식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엔비디아를 상대로 비즈니스 활동을 펼쳤다.
이 자리에 최 회장은 "(최 회장)젠슨 황이 초대했지만 나는 아펙 시이오 서밋 의장이라 떠날 수가 없었다. 이게 내 일이다"고 했고, 황 CEO는 “세 명의 형제와 치맥을 먹고 싶었지만 한 명은 일 때문에 못 왔다"며 서로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총수들의 이같은 비즈니스 노력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 26만 장 공급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황 CEO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에 각각 5만장, 네이버클라우드에는 6만 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 기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대미 투자 계획도 점검했다. 총수들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별연설을 직접 들었고, 같은 날 오후에는 '한미 기업인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분 단위로 회동을 이어가며 대미 투자 계획 등을 점검했다. 마침 비슷한 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문제가 타결되면서 기업인들의 지원이 한미 관세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요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은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에 참석해 중국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에도 나선다. 이 자리에는 류창둥 징둥닷컴 창업자, 거자이자오 뱅크오브차이나 회장, 쩡위췬 CATL 회장, 리판룽 시노켐 회장 등 중국의 경제계 인사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가 주요 행사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회장에 취임한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APEC의 시작을 알리는 '퓨처테크 포럼:조선'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회장으로서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30일 '탄력적이고 친환경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주제로 한 세션 발표를 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경북 경주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는 국내 재계 총수뿐만 아니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맷 가먼 AWS CEO 등 국내외 글로벌 CEO 1700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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