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 2대째 삼성·엔비디아 협력…세계 최대 AI 팩토리 절정
삼성 HBM 탑재된 엔비디아 GPU 5만장으로 AI 반도체 팩토리
메모리 넘어 파운드리, AI 전방위로 협력 확대…'AI 깐부'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가 31일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AI) 반도체 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양사의 AI 동맹이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25년 이상 협력한 가운데 엔비디아의 GPU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적용했다. 삼성전자의 AI 팩토리에서 생산된 HBM 등 차세대 메모리는 엔비디아에 다시 공급되고, 엔비디아 칩을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제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반도체 팩토리는 생산성과 품질 향상뿐 아니라 반도체 개발·양산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리더십을 한층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두터운 동맹을 바탕으로 전사적인 AI 전환(AX)에 박차를 가해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3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한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은 지난 25년간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협력 관계의 절정을 장식했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첨단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에 엔비디아 GPU를 결합해 혁신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수년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산하 반도체 공장에 도입,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라이브러리 '옴니버스'에 기반을 둔 디지털 트윈(DT) 제조 환경을 구현한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으로 △공정 개발 역량 강화 △불량률 개선 △생산라인 운영 효율화 △재고 관리 고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향상할 계획이다. 최근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공정, 설비 등 실험 조건 경우의 수가 급증해 개발 난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소량의 웨이퍼로도 공정을 개발할 수 있다.
또 수율 분석 소요 시간도 단축돼 조기에 수율을 향상할 수 있으며, 반도체 공장 내 문제점을 실시간 분석해 자동으로 조치할 수도 있다. 생산, 판매, 재고를 실시간 분석해 제품 적기 공급 및 재고 건전화 측면에서도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능력이나 공장의 물리적 규모는 물론 반도체 제조에 적용되는 AI 기술 범위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수천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제품이 완성되는 반도체 제조 모든 과정에 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다른 AI 팩토리와 차별화된다. 삼성전자는 한국·미국·중국에 다양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규모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에 국한하지 않고 AI 팩토리를 모바일, 로보틱스, 가전 등 모든 제조 분야로 확장해 'AI 제조 생태계'를 주도할 계획이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GPU에는 삼성전자 HBM이 탑재된다. 삼성전자가 이미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5세대 HBM(HBM3E) 12단뿐 아니라 양산을 앞둔 6세대 HBM(HBM4)도 향후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4 공급을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한때 HBM 실기설이 제기됐던 삼성전자는 3분기 유의미한 실적을 냈다. HBM3E의 3분기 판매량은 2분기 대비 1.8배 이상 증가했고, HBM4는 이미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들에게 샘플을 출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GPU 성능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객들의 높아진 성능 요구를 만족시키는 HBM4 기술력을 확보했다. 경쟁사 대비 앞선 10나노 6세대(1c) D램을 기반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했고,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로직다이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공정을 일원화할 수 있어 생산성 우위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HBM4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c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내년 HBM 판매량은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25년 이상 이어온 오랜 인연도 주목받는다. 지난 1993년 젠슨 황 CEO가 창업한 엔비디아는 21세기 초 비디오 게임의 폭발적 성장으로 수요가 높아진 그래픽 칩셋 성장을 주도했고,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발전 역사를 함께 해왔다. 삼성전자 메모리는 엔비디아가 1995년 처음 출시한 그래픽 카드 'NV1'에 이어 1997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RIVA 128'에 탑재됐다.
엔비디아는 1999년 지포스 라인업의 첫 제품인 '지포스 255'를 출시했는데, 삼성전자는 이 제품에도 64Mb SDR SDRAM을 공급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의 메모리 협력 덕분에 사업 초기에 개발 시행착오를 줄이고 GPU 시장 성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CEO는 전날(30일)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올라 1996년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황 CEO는 "한국이 우리 기업의 심장이었다는 걸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 젠슨은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이자 사업가, 존경하는 경영인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며 "정말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친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는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설립 초기부터 TSMC에 칩 생산을 의존해 왔는데, 삼성전자는 2016년 지포스 라인업의 일부 핵심 칩을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양산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단순 부품 공급 관계를 넘어 칩 설계-제조 파트너로 발전했다. 엔비디아는 2020년에도 삼성전자에 파운드리(8나노 공정) 물량을 맡긴 바 있고, 현재 닌텐도 스위치2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테그라 T239' 칩도 8나노 공정으로 생산된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네트워크, 가전까지 다양한 사업에서 엔비디아와의 상호 협력을 확대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NV 링크퓨전' 생태계 파트너사로도 합류했다. NV링크는 중앙처리장치(CPU) 없이도 GPU끼리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엔비디아의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NV 링크퓨전은 엔비디아 칩에만 적용되던 NV링크를 확장해 엔비디아 제품이 아닌 CPU와 GPU 등도 연결/통합할 수 있게 한 AI 인프라 연결 아키텍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NV 링크퓨전 참여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삼성전자가 제조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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