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까지 더했다…기회 잡은 K-조선, 美 진출 가속
한화 "첨단 조선 기술로 지원"…'라이선스·기술 확보' 사활
HD·삼성, 현지 진출 가속…SMR·무기체계 수혜 확대 기대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한미 조선협력을 추진하던 국내 조선업계의 발걸음이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건조 경험이 없는 선종인 만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진출에도 보다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화려한 부활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의 군사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나는 그들(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덜 민첩한 디젤 잠수함이 아니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전날(29일)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께서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가 지난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의미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8월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한화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화오션(042660)은 이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간 핵심적이고 중요한 결단을 내린 것을 지지한다"며 "양국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화는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필리조선소 등을 통한 투자 및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언급으로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미국 조선업 시장 진출을 보다 가속할 전망이다. 특히 함정 건조 능력으로의 역량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상선 건조 위주의 필리조선소에 대해 방산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 국방부에 시설 인증 보안(FCL)을 신청해 인증 절차를 밟고 있고, 미 해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정보제공요청서(RFI)도 제출한 상태다.
한미 양국간 기술 협력 관계도 보다 강화할 전망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기존 디젤 잠수함과 달리 SMR(소형모듈원자로) 소형·경량화 및 소음 저감 등에 있어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최우방국인 영국 등에도 주지 않던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한미 양국이 공동 개발 등으로 접점을 찾아나갈 것으로 본다"며 "국내 조선업계 기술력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공동 개발 식의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미국에서 건조할 수 있는 선종이 늘어나는 등 현지 진출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조선업계의 대미 투자에는 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HD현대(267250)는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과 손잡고 현지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 27일 경주 APEC 2025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조선소 인수에 대해 "여러 옵션을 다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그 중에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국내 해양방산 업계의 영역이 핵추진 잠수함 등으로 확대하면 원자력이나 무기체계 등으로의 수혜가 확산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되면 조선사의 특수선 건조 능력뿐 아니라 전장·유도무기·센서·전투체계, 원자력 생태계 전반의 수혜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HD현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손잡고 SMR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SMR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1만 5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개발하고 있다.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의 개발률은 50% 정도로 2030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는 "SMR 추진선 개발 등으로 차세대 원자력 추진 선박 분야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연구 개발 및 건조에 적극 협력해 한국과 미국의 세계 해양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C)에 대한 수주 기대감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해당 사업은 최대 60조 원 규모로 3000톤급 잠수함 12척 도입을 목표로 한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원팀으로 수주에 참여, 최종 결선 그룹에 이름을 올렸으며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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