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규제 반사이익"…K-배터리 '현지 생산'으로 美 ESS 시장 공략

배터리 3사, 텍사스 ACP ESS 서밋 모두 참여
美 현지 생산 체제 구축…美 ESS 실적 개선 돌파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2024'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자료사진) 2024.4.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규제 반사이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 내 ESS 사업을 확대, 본격적인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美 주요 ESS 행사에 K-배터리 3사 총출동…"中 규제 반사이익 기대"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셀 3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개막한 'ACP RECHARGE: Energy Storage Summit'에 참가했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ESS 산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참여, 주요 세션의 연사로 나선 것은 그만큼 미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ESS 시장은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보조금 폐지와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 등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수요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미국 ESS 시장은 친환경 발전, 인공지능(AI) 적용 확대 등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가 나날이 강화하는 점도 국내 배터리 업체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전날(2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ESS 친환경 발전 확대와 AI 산업 성장으로 수요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중국산 규제 강화와 안정성이 높은 각형 폼팩터에 대한 선호도 증가로 미국 내 각형 캐파를 가진 업체들의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 46시리즈 원통형 및 리튬인산철(LFP)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 공장 조감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K-배터리, 앞다퉈 미국 현지 생산 체제 구축…ESS, 실적 개선 돌파구

3사 모두 ESS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다. 지난 6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처음이다.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중 ESS 비중은 2025년 14%에서 2026년 47%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과 함께 글로벌 ESS 선두권인 삼성SDI(006400) 역시 미국 현지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이달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내 합작법인인 SPE(StarPlus Energy)에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 배터리 라인 가동을 시작했고,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LFP 배터리 라인 전환을 준비 중이다.

SK온은 SKBA의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했다. 최근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K온은 지난달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플랫아이언이 추진하는 6.2GWh 규모의 사업 프로젝트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삼성SDI가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각형 LFP 배터리 모형. 2024. 3. 6./뉴스1

3사는 ESS 시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0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증가했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삼성SDI는 4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ESS 수주 확대로 끝내고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전기차 수요 감소와 미국 관세 영향으로 591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온은 올해 3분기 1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 시장 역시 중국산 LFP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ESS 시장 성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배터리 규제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중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며 "미국 ESS 수주 확대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