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국내회사 신규 순환출자 형성"…당국에 신고

영풍, YPC 세워 고려아연 주식 현물출자…순환출자 고리 형성
경제력 집중·지배력 확장 방지 '공정거래법 취지' 위반 의혹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김병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국내 계열사를 통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혐의로 영풍(000670)과 영풍의 계열사 와이피씨(YPC)를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적법한 경영권 방어를 무산시키고 과도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국내회사 YPC를 통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든 의혹이 있는 만큼 이를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내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7일 영풍은 완전 자회사이자 국내 계열사인 YPC를 설립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 25.42%)를 현물출자로 넘겼다. 이로써 '영풍→YPC→고려아연→SMH(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사)→영풍'으로 이어지는 '국내회사'를 통한 순환출자 형태의 고리가 형성됐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2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공정거래법 제22조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는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금지하는 계열출자는 국내 계열사에 대한 출자로, 해외 계열사에 대한 출자는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영풍이 국내 계열사인 YPC에 또 다른 국내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주식을 이전함에 따라 공정거래법 제22조에서 금지하는 국내기업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판단이다.

또 고려아연은 상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호주 규제에 의거해 영풍 의결권을 제한하자, 의결권 부활이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YPC에 고려아연 주식을 양도하는 방법으로 순환출자 형성이라는 위법 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YPC에 고려아연 주식을 전량 현물출자한 직후인 올해 3월 12일 고려아연 주식 10주를 직접 취득해 현재까지 보유하면서 '영풍→고려아연→SMH→영풍'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같은 법인 공정거래법 제22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찾은 고려아연 노조 및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5.3.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영풍의 이런 행위들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규제의 취지인 가공 자본 형성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편법적 지배력 확장 방지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YPC는 영풍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일 뿐 아니라,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한 주체가 영풍 경영진이 지배하는 YPC로 바뀜에 따라 영풍의 일반 주주들이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권리 행사 여지가 차단되고, 영풍 경영진의 지배력이 부당하게 확대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YPC의 등기부등본상 사업 목적은 '고려아연의 주식을 취득·소유함으로써 고려아연 사업내용을 지배·관리'하는 것뿐이어서 결국 영풍이 가공 자본을 형성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 측을 상대로 탈법적인 순환출자를 감행했다며 공정위 신고를 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이 영풍과 YPC간의 거래를 불법적 순환출자라고 맞불을 놓으며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는 양측의 순환출자 구조와 위법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한편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 측의 공정위 신고와 관련, 입장문을 내고 '본질을 호도하는 자가당착적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영풍은 입장문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영풍과 자회사 YPC에 대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것은 명백한 물타기 시도"라면서 "올해 3월 고려아연 지분 25.42%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YPC에 이전한 조치는 최대주주로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자산 구조 정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영풍이 직접 보유하던 지분을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는 형태로 변경한 것일 뿐, 실질적인 지배구조의 변동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YPC 출자는 투명한 자산 운용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정상적인 조치로, 순환출자나 가공자본 형성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