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3조 투자 "선박 생산 확대"…한중일 '조선 삼국지' 개막
이마바리 등 17개사 '설비투자 계획'…日 정부와 호흡
3국 모두 캐파 확대에 합병 시너지 주력…견제 강화 우려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일본 조선업계가 약 3500억 엔(약 3조 3000억 원)을 투입해 국가 전체 선박 건조량을 두 배로 늘리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조선업 부활 추진을 발판 삼아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조선업계 패권을 다퉈 왔던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도 지속적인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조선 삼국지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2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 1위인 이마바리조선을 비롯한 일본 17개 조선사가 소속된 일본조선공업회는 전날(23일) 자민당 회의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일본 업계는 2035년까지 선박 건조량을 기존 대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기준 908만 톤 수준인 건조량을 2035년 1800만 톤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업계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과거 세계 점유율 1위였던 일본은 1999년 한국에 선두를 내줬고 이후 중국에도 밀렸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7월 자민당은 1조 엔(약 9조 4000억 원) 규모의 민관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선업 시설을 현대화하고 국립 조선소를 설립해 민간에 임대하자는 취지였다.
일본은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건조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끌어올려 한국 및 중국 조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본의 이같이 조선업 부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있다. 중국에 해양 패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미국 정부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 조선업에도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에 제안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중 일부는 미국 내 새 조선소 설립 등 해양 부문에 투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왕년 1위인 일본이 조선업 부활을 꿈꾸면서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계는 지각 변동 가능성에 귀추를 곤두세우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선박 수주량 총 6581만CGT(표준선 환산톤수) 가운데 중국이 70%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한국과 일본이 각각 17%, 5%로 뒤를 이었다. 세 나라가 사실상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는 만큼 패권을 둘러싼 한중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중국 역시 생산시설 확충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헝리조선소는 최근 약 26억 5400만 위안(약 536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강철구조물 작업장, 육상 제조시설 등을 포함한 확장 공사를 통해 선박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다.
중국 1위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자회사 후동중화조선은 180억 위안(약 3조 60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새 조선소를 지난 5월부터 가동했다. CSSC는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과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상태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HD현대중공업(329180)과 HD현대미포(010620)의 합병 안건이 전날 양사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HD현대(267250)는 양사 간 합병을 통해 해양 방산 영향력 및 시장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HD현대는 또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지난 9월 처음으로 선박 건조를 개시하고, 8월 2900억 원에 베트남의 두산비나를 인수하며 선박 기자재 생산 역량을 확대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042660)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것도 조선 분야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중 갈등뿐 아니라 조선업을 둘러싸고 중국이나 일본의 견제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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