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20개월 최고…정유업계, 실적 개선되나 '환율·유가' 복병
항공유 등 수출 호조…미·중 무역 전쟁·국제유가 하락 우려 여전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정제마진이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정유업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유와 윤활유 수출 등에서도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환율과 국제 유가 하락, 미국의 대규모 관세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불안 요소가 남아 있어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배럴당 13달러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2월(14.1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구매비 등을 뺀 값이다. 보통 정유업계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상반기 정유업계가 침체를 겪었던 이유도 정제마진이 4달러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빅4의 상반기 합산 영업 손실은 1조 3000억 원이 넘었다.
최근 정제마진이 개선된 것은 미국의 상호관세 불확실성 해소와 중국의 생산 감축 등 글로벌 공급 축소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겨울을 앞두고 연료 수요가 높아진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항공유와 윤활유 등의 수출 개선도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미국으로의 항공유 수출 실적이 긍정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대미 항공유 수출 물량은 총 2815만4000배럴로 지난해 미국향 수출 항공유(3694만 배럴) 기록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의 실적이 3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추정치)는 2000억 원, 에쓰오일 25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불안 요소도 아직 남아 있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미중 무역전쟁 등의 요인으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등은 악재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유업계가 상반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된 때문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지난 6월까지 지난 6월 배럴당 78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면서 20% 가까이 하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원유 재고 급증으로 올 4분기 유가 급락을 전망하기도 했다.
당시 IEA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배럴당 54달러, 58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중 관세 협상까지 겹치며 향후 국제유가 하락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며 "이는 정제마진 개선으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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