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AI 수요에 생산부족"…삼성·SK하닉 영업익 60조 넘본다

TSMC 역대 최고 실적…생산능력, 수요 못 따라가
메모리 공급부족에 삼성·SK하닉 수혜…전망치 일제히 상향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 3분기 12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역대 분기 최고치를 경신했고 '10조 클럽'에 재차 가입했다. 2025.10.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세계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내년도 연간 영업이익이 6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생산 능력이 인공지능(AI)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고 공개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3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TSMC, 역대 최고 실적…웨이저자 "생산능력 매우 부족"

20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16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3개월 전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며 "프런트엔드와 백엔드 모두 AI 칩 생산능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2026년까지 AI 관련 생산능력이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자본지출이 수년간 높은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TSMC의 3분기 매출은 9899억 대만달러(약 46조 원), 순이익은 4523억 대만 달러(약 21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3%, 순이익은 39.1% 증가했다.

TSMC는 AI 확산에 따른 초미세 공정 반도체 수요를 독점하면서 매 분기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TSMC가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시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웨이저자 회장은 "고객사로부터 강력한 수요 신호를 직접 받았는데 이는 AI의 장기적 추세가 구조적 성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공급부족 현실화…삼성·SK하닉 나란히 60조 넘기나

AI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세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의 깜짝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최근 한 달간 46조 원에서 60조 원으로 급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도 영업이익 추정치를 64조 2000억 원으로 제시하면서 2018년 (58조 8000억 원) 이후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6~2027년 D램 시장은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며 "과거 3년간 HBM 중심의 투자로 2026년 D램 신규 생산능력 확대는 공정 전환을 통해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낸드는 공급 축소 전략으로 오히려 생산능력 감소가 예상돼 일반서버의 교체 수요와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범용 D램 생산능력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따른 최대 수혜 기업으로 전망된다. 또 5세대 HBM(HBM3E)의 주요 고객사 공급이 본격화하고, 6세대 HBM(HBM4) 양산을 시작하면서 내년 HBM 매출은 올해 대비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 분기 조단위 적자를 기록하던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도 긍정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68조 9000억 원으로 제시하면서 "파운드리도 적자 폭을 축소해 턴어라운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파운드리는 실적과 수율로 증명하며 할인율을 빠르게 해소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의 내년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최근 한 달간 48조 원에서 54조 원으로 상향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사상 첫 D램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전체 메모리 시장 1위에 올랐다. D램 생산능력이 삼성전자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의 판매 확대 덕분이다.

하나증권은 내년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를 62조 9000억 원으로 제시하고 "SK하이닉스의 경쟁우위는 여전히 유효하다. AI 시대의 주역 중의 하나인 HBM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HBM이 중요한 이유는 사이클 산업이라는 태생적인 메모리의 한계를 완화해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HBM은 매 분기 공급가격을 협상하는 범용 D램과 달리 1년 단위로 물량과 가격을 계약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낮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더라도 공급량 증가에 따른 실적 증가세는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