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마러라고 회동…트럼프·韓 총수 어떤 대화 나눌까
트럼프, 대미 투자 요청할 듯…한미 경제 협력 방안 등 논의
트럼프와 골프 라운드 조 편성 '주목'…이재용, 골프채 잡을까
- 박기호 기자,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박기범 기자 = 전 세계의 이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으로 잘 알려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대만의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골프 회동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기업인 중에선 누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에서 골프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으로 향했다. 이들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이번 주말 미국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모인다. 국내 기업 총수들이 대거 마러라고 리조트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골프 선수인 개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을 맞아 손 회장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19일 후원금 행사 참석을 위해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손 회장은 긴밀한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인뿐 아니라 일본, 대만의 기업인들도 대거 참석한다. 전 세계 70여개 기업의 총수,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미국 정계 인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 회동에서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동에 참석한 우리나라의 총수들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전자, 조선 등의 각 분야를 이끌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며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LG그룹의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논란이 됐던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다.
게다가 이번 회동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점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관세 문제를 비롯해 동북아 정세 및 경제 상황 등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에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을 초청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회동에선 관세 문제를 비롯해 미국에 대한 투자 이야기를 하지 않겠느냐"고 했으며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을 초청한 것은 마스가 관련한 내용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측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현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대미 관세 협상팀이 미국에서 관세 협상에 한창이다.
우리 정부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미국 측의 양보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국의 협상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기업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양국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의 지원 사격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회동을 손 회장이 기획했다는 점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오픈AI, 오라클과 함께 향후 4년간 미국 내 AI 관련 인프라 구축에 5000억 달러(약 718조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위한 합작 법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했다. 삼성과 SK그룹 역시 오픈 AI와 함께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손 회장 역시 올해 초 이재용 회장을 만나 스타게이트 참여 방안을 논의한 적도 있다.
마러라고 회동 내용뿐 아니라 골프 회동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이번 마러라고 회동에는 골프 일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국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 현장도 직접 찾았다. 지난 8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저격하는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 기업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치게 될지는 미지수다. 골프 회동의 조 편성 여부도 따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일본, 대만의 3개국 기업 총수들이 같은 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나온다.
마러라고 회동에 참석한 우리나라 기업 총수 중 골프 문외한은 없다. 골프는 단순한 레저 활동이 아닌 비즈니스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그룹 총수나 CEO들은 기본적인 실력은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한때 수준급 골프 실력을 과시했던 이재용 회장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다시 골프채를 잡을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골프채를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수준급의 골프 실력을 갖췄었기에 언제라도 골프를 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골프를 즐겨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실력은 갖추고 있으며 평소 테니스를 통해 체력 단련을 해왔다고 한다.
정의선 회장 역시 과거부터 골프를 치면서 수준급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 회장은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토너먼트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에 참가하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 역시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해왔고 김동관 부회장 역시 평소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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