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회장 승진 '오너 경영' 체제…'HD현대 2.0' 신호탄 쐈다

입사 16년 만에 그룹 수장으로…그룹 재편 마무리, 신사업 속도전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27일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정기선 HD현대(267250)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오너가 3세 경영' 시대가 열렸다. 지난 37년간 이어진 전문 경영인 체제가 막을 내린 셈이다.

특히 조선·기계·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 간 합병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만큼 정기선 회장 취임은 'HD현대 2.0'의 신호탄이란 평가다. 이번 인사는 조직 안정과 통합 시너지 극대화에도 방점이 찍혔다.

정기선 입사 16년 만에 수장으로…이상균·조영철 부회장 승진

17일 발표된 HD현대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신임 회장의 승진이다. 정 신임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해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한국조선해양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등을 거쳤다.

이번 인사로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공동대표를 겸임하며 그룹의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사장 승진 4년만, 부회장 승진 2년 만이다.

핵심 계열사 수장들도 대거 교체됐다. 금석호 HD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이상균 부회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김형관 HD현대미포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HD현대건설기계 대표에는 문재영 부사장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에는 송희준 부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방한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16일 만나 한미간 조선산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HD현대 제공) 2025.5.16/뉴스1 ⓒ News1 박종홍 기자
체질 개선 마무리, 성장 본격화…신사업 속도 낸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HD현대가 권오갑 회장 체제에서 추진해 온 체질 개선이 마무리됐고,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등을 주도하며 그룹 핵심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엿보인다.

정 회장은 이미 인공지능(AI)·친환경 기술·해양에너지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시해 왔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자율운항선박과 탄소중립형 암모니아 추진선 등 미래형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계기에 조선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올해 5월에는 방한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 조선업 협력을 논의했고,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공식 회담을 진행했다.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을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