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 소송 부담 털어냈다'…광폭 행보 예고, APEC '총력전'

SK 지배구조 변화 우려 차단…최태원, 광폭 행보 전망
트럼프 대통령과 마러라고 회동…막판 준비 작업 매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사회적 대화 공동 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 부담에서 벗어남에 따라 앞으로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 SK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사실상 사라진 점도 최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은 당장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Summit(서밋)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총력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두 사람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금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에서 재산 분할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위자료 20억 원은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산분할 1조 3808억 항소심 다시 판단…SK 위기론 잠재웠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4)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금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결로 다시 이뤄질 재산 분할 판단에선 노 관장의 주장이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재산 분할 청구에 대해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금전 지원에 대해 "재산 분할에 있어 피고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번 소송은 최 회장의 개인적인 사안이지만 재계의 관심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재판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경영권 위기론이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최 회장의 재산이 대부분 주식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재산은 △㈜SK 주식 1297만 5472주(17.90%) △SK디스커버리 보통주 2만 1816주(0.12%)·우선주 4만 2200주(3.22%) △SK케미칼 우선주 6만 7971주(3.21%) △SK텔레콤 303주(0.00%) △SK스퀘어 196주(0.00%) △SK실트론 29.4%(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한 간접 보유)로 형성돼 있다. 최 회장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할 경우 회장 일가 지분율이 20% 아래로 떨어져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최 회장은 그간 SK그룹뿐 아니라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맡으며 동분서주했지만 이혼 소송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법 판결 역시 지난해 5월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1년 5개월이자 두 사람이 이혼 소송을 시작한 지 6년 8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기도 하다.

특히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훼손된 SK그룹의 명예와 긍지를 회복하는 계기로 인식했기에 이번 대법원 선고에 대한 소회 역시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항소심 판결에 대해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지고 제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됐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SK그룹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등을 지원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하게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APEC에만 1년 매달린 최태원…마지막 준비 작업 '집중'

이날 대법원 선고로 최 회장은 당장 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회장인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 동안 행사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준비 부족으로 지탄을 받았던 지난 2023년의 잼버리 사태 이후 국내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국제 행사인 만큼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전 세계를 누벼왔다.

최 회장은 당장 이날 오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이번 주말쯤 미국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최 회장은 현재 한미 간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한 측면 지원뿐 아니라 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지원과 관심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12일에는 중국을 찾아 정부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APEC CEO 서밋에 1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할 예정인 CCPIT(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의 런홍빈(任鴻斌) 회장을 만나 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성과 창출을 위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APEC의 성공을 위해 그간 글로벌 기업의 CEO를 만나 초청장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으며 경주를 방문할 인사들이 묵을 숙소와 프로그램 역시 일일이 챙겨왔다.

최 회장은 APEC까지 남은 기간 막판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직 확답이 없는 글로벌 빅샷의 참여를 재차 독려하고 분야별 막판 준비 작업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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