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수출 통제 카드…K-배터리, 반사이익 vs 불확실성 공존

中, 배터리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업계 "영향 제한적"
美 시장 반사이익 기대감…'정치 리스크' 장기화 우려도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중국이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예고하면서 K-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원재료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큰 피해는 없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구체적 품목과 시행 수준이 불투명해 파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배터리 산업의 성장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미중 갈등이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가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K-배터리에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中, 배터리 핵심소재 통제 예고…내달 8일 시행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세관총서는 인조흑연 음극재, 천연흑연, 고성능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를 '수출 허가 품목'으로 지정하고, 내달 8일부터 관련 통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통상 갈등이 배터리 소재 분야로 확산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광물 의존도가 높아 납기 지연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을 우려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의 중국산 의존도는 각각 97.7%, 98.8%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도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라 허가 절차 강화로 물류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업계 "새로운 리스크 아냐"…IRA 이후 공급망 다변화

다만, 업계에선 "새로운 리스크는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원료 공급선을 이미 다변화해 온 만큼,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금수'(禁輸) 조치가 아닌 '허가 강화' 수준의 행정절차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흑연 수출 통제 당시에도 서류 심사가 까다로워졌을 뿐 수출이 중단된 적은 없다"며 "이번에도 승인 리드타임이 길어질 수는 있지만, 재고와 공급망을 관리한다면 큰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미중 관계 개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K-배터리, 美 시장서 반사이익 기대도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K-배터리에 '반사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IRA에 따라 2027년부터 중국산 흑연을 사용하는 기업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어, 한국 업체들이 미국 내 주요 완성차의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급성장 중인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낮은 한국산 배터리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테슬라와 6조 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와 SK온 역시 북미 고객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6701억 원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비(非)중국 기업으로 꼽힌다.

"리스크 관리 필수"…미중 갈등 장기화 우려도

미중 갈등이 반복될 때마다 기업이 정치 리스크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하면 산업 전체 성장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연관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들을 제재한 사례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배터리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보복 대상으로 K-배터리 기업이 지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직접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미중이 상호 보복을 주고받는 상황에서는 예기치 못한 규제 리스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외교 채널과 기업의 공급망 이원화 전략이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