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본더 하반기 수주 경쟁 개시…시장 주도권 잡을 승자는?
SK하닉, 10월 중 수백억대 TC본더 발주…한미·한화 경쟁
TC본더 넘어 하이브리드본더 경쟁도 본격화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내년 상반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생산을 앞두고 반도체 제조사 간 경쟁이 패키징 장비업체로도 번지고 있다. HBM 시장 선두 주자 SK하이닉스(000660)가 곧 하반기 '열압착장비'(TC본더)' 발주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이번 달 수백억 원 규모의 TC본더 발주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계약 체결 업체로는 한미반도체(042700)와 한화비전(489790)의 자회사인 한화세미텍이 거론된다.
TC본더는 HBM 제조에 필수 장비다. HBM은 TC본더를 사용해 범프(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칩과 칩 사이를 연결해 제조한다.
SK하이닉스의 이번 하반기 발주에 더욱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이번에 채택된 TC본더가 내년 생산되는 HBM4 생산 장비로 쓰이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HBM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 양산 체제 준비를 마쳤다며 내년 생산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간 본더 시장은 '점유율 1위'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한미반도체는 미국의 마이크론에도 장비를 공급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한화세미텍도 TC본더를 개발해 SK하이닉스에 공급을 시작하며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SK하이닉스 TC본더 수주전에선 한미반도체가 428억 원, 한화세미텍이 38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호각세를 이뤘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이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을 공시한 만큼 실제 양사 수주 규모는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이번 수주전을 앞두고 최근 양산 체제를 갖춘 'TC본더4'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TC본더4는 HBM4 생산에 특화된 장비다.
올해 상반기부터 경쟁에 합류한 한화세미텍의 경우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경쟁체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한화세미텍은 지난 3월 두 차례의 420억 원 규모를 따낸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SK하이닉스로부터 한미반도체와 함께 수주받은 바 있다.
하반기 TC본더 시장 경쟁은 추후 본격화될 하이브리드본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TC본더로는 16단까지 제작이 가능한데 HBM4 이후 버전인 HBM4E부터는 20단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본더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이 기술 개발에 착수하면서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경쟁에 참전했다.
한미반도체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총 1000억 원을 들여 약 1만 4600㎡(4415평) 규모의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를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HBM·로직반도체(XPU)용 하이브리드 본더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미반도체는 2027년 말까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세미텍은 TC본더 시장에서 경쟁에 밀린 만큼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과 양산에 더욱 속도를 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세미텍은 최근 차세대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 조직인 '첨단 패키징 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이미 2021년 SK하이닉스와 협력해 1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개발했고 한미반도체보다 이른 시점인 내년 초 2세대 장비인 'SHB2 Nano'를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LG전자 생산기술원도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개발에 착수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HBM용 TC본더 시장에서 한미반도체가 70% 이상을 차지한 것과 달리 하이브리드본더의 경우 외국기업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네덜란드의 BESI나 싱가포르 ASMPT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보다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기술 개발에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BESI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손잡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HBM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모두 차세대 HBM 생산을 위해 BESI의 하이브리드 본더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k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