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KDDX 수주 갈등 점입가경 "전력 공백·수출 악영향 우려" 증폭
HD현대重 보안감점 연장에 반발…"기울어진 운동장"
"美 함정시장 진출 호기인데…신뢰도 타격 우려"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329180)의 보안감점 기간을 1년 연장하면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경쟁업체인 한화오션(042660)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HD현대중공업은 강력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9월 중 사업자 선정을 통한 연내 추진이라는 목표 달성 여부는 더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업체 간 과열 경쟁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던 상황에서,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기간을 기존 올해 11월에서 내년 12월까지로 1년 정도 연장했다. 보안감점은 보안 사고를 일으킨 업체에 부과하는 벌점으로 KDDX를 비롯한 경쟁입찰에서 감점 요인이 된다. 올해 11월까지는 1.8점, 내년 12월까지는 1.2점의 감점이 적용된다.
앞서 울산지검은 2020년 9월 보안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 직원 12명 중 9명을 기소했다. 그중 8명은 2022년 11월에 판결이 확정됐으나 검찰이 항소한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당초 최초로 형이 확정된 2022년 11월부터 3년간인 올해 11월까지 HD현대중공업에 보안감점을 부과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2022년과 2023년 판결을 별개 사건으로 보고 2023년 12월을 기점으로 3년간인 내년 12월까지로 보안감점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임직원의 보안 사고는 하나의 사건번호로 기소된 동일 사건"이라며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하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이의 제기뿐 아니라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소송 등의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 기간 연장에 강력 반발한 이유는 KDDX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KDDX는 2030년까지 약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톤급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산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현재 KDDX 건조 경험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의 사업자 선정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감점이 적용되지 않는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사의 감점이 적용되는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각각 주장해 왔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11월 감점이 끝나는 경우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더라도 불리한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보안감점이 연장되면서 경쟁입찰 시 계속해서 수세에 놓이게 됐다. 방사청의 함정 수주 사업은 대체로 1점 미만으로 당락이 결정돼 1점 이상의 보안감점은 경쟁에 있어 치명적이다.
방사청의 이번 조치로 업체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초 방사청은 이달 들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안건 상정을 연기한 뒤 보안감점 연장 조치를 취했다.
한 방산업계 전문가는 "보안감점 기간을 연장하려면 추가 판결이 난 2023년 12월 직후에 했어야 했다"며 "보안감점 기간이 1~2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바꾸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K-방산이 해외 진출 반경을 넓히고 있고 미국 함정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호기인 상황에서 신뢰도 타격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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