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꽉 찬 커브 같은 성능"…해치백 끝판왕 폭스바겐 '골프 R'

[시승기]알프스산맥 좁고 가파른 굽은길서도 안정적 주행
경쾌한 역동성·모터스포츠 '팝콘' 배기음…국내 출시 미정

주행 중인 폭스바겐 골프 R.(폭스바겐 제공)

(뮌헨(독일)·레오강(오스트리아)=뉴스1) 이동희 기자 = 짜릿하고 묵직하다. 몸쪽 꽉 찬 커브볼을 보는 듯하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2박 3일간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대에서 폭스바겐 '골프 R'을 시승한 소감이다.

골프는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차량이다. 소형차의 정석으로 불리며 독일을 넘어 유럽 국민차에 등극했다. 1974년 1세대 출시 이후 현재 8세대까지 전 세계에서 37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가장 좋아하는 차 중 하나로 꼽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골프 R은 이런 골프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스포츠성을 극대화한 골프 라인업 최상위 모델로 지난해 8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폭스바겐 골프 R.(폭스바겐 제공)

뮌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골프 R은 다른 골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범퍼 디자인을 적용해 이전 모델 대비 더 스포티해 보였으나, 큰 차이점은 없었다. 휠 허브캡 등에 적용한 R 로고가 아니면 쉽게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실내는 12.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10.9인치 운전석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디자인이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움보다는 실내 곳곳에 R 로고를 새겨 차별화를 추구했다.

확연한 차이점은 시트에 앉아 시동을 켜니 느낄 수 있었다. 우렁찬 배기음이 끝판왕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시동 버튼을 1.5초간 누른 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시동을 걸면 엔진 회전수가 2500rpm으로 치솟으며 강렬한 배기음을 내뿜는다.

폭스바겐 골프 R.(폭스바겐 제공)

페달을 밟으니 진가는 더 드러났다. 묵직하고 단단한 주행 질감은 스티어링 휠을 꽉 잡게 했고, 균형 잡힌 차체는 민첩하면서도 정교했다.

시승 구간은 뮌헨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는 왕복 코스와 그 일대로 약 700km에 달했다.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은 물론 알프스산맥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까지 골프 R의 성능을 체험하기 충분했다.

특히 오스트리아 키츠뷔엘 정상(Kitzbüheler Horn)을 오르는 코스에서 골프 R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급격한 경사와 커브 길로 이뤄진 이 구간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차량에 탑재된 '4모션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이라는 게 폭스바겐 측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구동력을 전후 차축과 뒷바퀴 좌우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배분해 정교한 주행을 돕는다.

폭스바겐 골프 R 실내.(폭스바겐 제공)

차량은 2.0L 터보차저 가솔린TSI 엔진인 ‘EA888 LK3 evo4'를 탑재했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엔진이다. 이 엔진은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와 조합해 최고 출력 333마력, 최대 토크 42.8㎏.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6초다.

전기차 시대에 특별한 것이 없는 숫자지만, 333마력 이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레이스, 인디비주얼, 뉘르부르크링 스폐셜, 드리프트, 에코 등 7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모터스포츠 특유의 백파이어 사운드와 패들시프트를 활용한 엔진 브레이크 등은 마치 레이서가 된 듯한 느낌을 줬다.

애석하게도 골프 R의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는 게 폭스바겐코리아의 공식 입장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15년 7세대 골프 R을 국내 선보인 적이 있으나, 현재는 디젤 모델인 골프 TDI와 골프 GTI를 판매 중이다.

폭스바겐 골프 R.(폭스바겐 제공)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