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SAF 의무화' 반갑지만…이대로면 '그림의 떡'

글로벌 SAF 2034년 109조 원 '급성장'…시장 선점 필요
SAF 생산시설에 1조 필요…美 갤런당 1.75달러 日 리터당 30엔 지원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GS칼텍스 바이오항공유 실증 운항기념식에서 실증 운항을 위해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가 급유되고 있다. (자료사진) (대한항공 제공) 2023.9.5/뉴스1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적사의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을 의무화하면서 정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정부는 SAF 의무 혼합 비율을 시행 첫해인 2027년 1%를 시작으로 2030년 3~5%, 2035년 7~10%로 상향하기로 발표했다.

SAF는 식용유와 생활폐기물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만든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와 비교해 최대 80%까지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럽, 일본, 미국 등이 SAF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정유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정유업계가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SAF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면 1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계속된 적자와 불황이 겹치면서 선뜻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신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SAF 시장 규모 2034년 109조 원 '급성장'…설비 확충 서둘러야

26일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시장은 2024년 약 17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에서 2034년 약 746억 달러(약 108조 9600억 원)로 연평균 46.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2027년 SAF 1% 혼합 의무가 실행될 때 예상 이익률은 0~3%(매출 2000억~3000억)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부의 지원이 병행돼 정유사들이 현재 코프레싱(Co-processing·공동처리) 방식에서 전용공장으로의 전환이 완료되면 2030년부터 영업이익률이 3~7%(매출액 7000억~1조 5000억 원), 2035년 영업이익률이 5~15%(매출액 2조~4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프레싱 방식은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폐식용유·정제 대두유 등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해, 항공유·경유·바이오 납사 등 친환경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GS칼텍스·에쓰오일(010950)·HD현대오일뱅크(004050) 등 국내 정유 4사는 정부의 SAF 혼합 의무화에 맞춰 생산 및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15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 SAF 전용 생산라인 구축해 지난해부터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SK에너지는 지난 1월 EU에 SAF 수출을 성공했고 지난 3월에는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과 2027년까지 2만 톤 이상의 SAF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 연료 생산 기업 핀란드 네스테(Neste)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2023년 국내 최초로 대한항공과 함께 시범 운항을 6회나 실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 항공유와 혼합 제조해 상업 수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생산한 CORSIA SAF를 국내 항공사에 공급 중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월 코프로세싱을 통한 SAF 생산 체계를 갖추고 바이오 원료를 정유 공정에 투입해 같은해 8월 국내외 항공사에 공급을 시작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일본 트레이딩 회사 마루베니를 통해 일본에 SAF 상업 수출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인천-고베 노선에 대한 SAF 공급 계약을 맺어 내년까지 해당 노선 항공기 약 90대분의 연료를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정유사가 이미 SAF 개발 및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친환경 측면에서 SAF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인데, 혼합 의무제 시행으로 상용화가 가속화될 경우 회사 수익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마곡 TS&D센터(에쓰오일 제공). ⓒ News1 박주평 기자
지속된 적자로 투자 여력 부족…"수익 구조 안정화 위해 정부 지원 절실"

SAF의 미래 수익성에도 정유사들은 불안정한 산업 구조로 인한 지속된 적자로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특히 국내 SAF 생산 설비는 기존 정유 설비를 활용하는 코 프로세싱 방식이라 생산량 증대에 한계가 있다. 이에 회사별로 추후 단독 생산 설비를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AF 전용 시설의 생산 수율은 60~80%이지만 코프로세싱은 약 10%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이 연간 약 25만 톤 규모의 SAF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1기를 만드는 데 1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공식 산정하고 있다.

아울러 초기에는 설비, 원재료 부담이 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상반기에만 국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 적자가 1조 3500억원 수준이어서 당장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다.

이에 정유사들은 우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내생산촉진세 법안에 SAF를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SAF 전용설비 구축에는 약 1조 원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최종 투자결정(FID)까지 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SAF를 갤런당 최대 1.75달러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일본도 국내생산촉진세제로 리터당 30엔을 지원한다"며 "우리도 국내생산촉진세에 SAF를 포함해 경쟁력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