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노란봉투법, 교섭 혼란"…김영훈 "대화로 갈등 해소"(종합)

대한상의 고용노동위 개최 "노동정책 성공 위해선 노사협력 중요"
노란봉투법 후속조치·산업안전정책·정년연장·주4.5일제 우려 전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오른쪽 세번째)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위원회를 찾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초청해 '새 정부 주요 고용 노동정책 방향'을 주제로 고용노동위원회를 개최했다. 2025.9.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강서연 기자 = 경제계가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와 관련해 "누구와 어떤 사안을 교섭할지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후속 조치로 준비 중인 매뉴얼에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조법은 대화 촉진법이자 진짜 성장법"이라며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격차와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오전 서울시 중구 상의회관에서 김 장관을 초청, '새 정부 주요 고용 노동정책 방향'을 주제로 고용노동위원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위원회에서 경제계와 정부는 주요 노동 현안에 이견을 보이면서도 대화의 중요성에는 공감을 표했다.

이재하 대한상의 고용노동위원장은 "노조법 개정으로 고민이 많다"며 "기업의 현실과 정부 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균형 잡힌 관점에서 건설적인 의견을 지속해서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경제계와 노동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상공회의소는 노동회의소와 함께 유럽 근대국가 형성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었다"며 "(두 축의) 사회적 대화가 근대 복지국가의 근간을 만들었다는 차원에서 볼 때 대한상의가 가진 역할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비공개로 진행된 강연에서 김 장관에게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정부의 노동 안전 종합 대책 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했다. 이에 경제계에선 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사업주는 1년 내내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판이라고 우려한다. 경제계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지난 15일 내놓은 노동 안전 대책의 경우 엄벌주의 기조 완화를 요구했던 경제계의 요구가 반영이 안됐다는 입장이다. 정부 안전 대책에는 중대재해를 반복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입찰 참가를 최대 3년까지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현장에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매뉴얼 준비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산업안전 정책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사고 예방에는 의문"이라며 기업의 안전조치에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선 연장에 앞서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개편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4.5일제의 경우 "연장근로의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화이트칼라이그젬션 등 근로 시간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달라"고 했다.

김 장관은 비공개 강연에선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김 장관은 "개정 노조법은 대화 촉진법이자 진짜 성장법"이라며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격차와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격차와 비효율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의 길로 나아가려면 경영계, 노동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재계의 청년 채용 추진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재계에서 화답해 올해 4만명 이상, 5년간 총 11만 5800명이 넘는 채용계획을 발표해 준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질의응답에서) 기업인들이 노조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등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에 많은 좋은 제안을 주셨다"고 전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