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주 70% 급감' K-중형조선, 하반기 수주 낭보 '안도'

대한조선 탱커, HJ重 중형 컨선, 케이조선 PC선 각 수주
빅3 도크 포화, 중형선박 선호도↑…"체질 개선 병행해야"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HJ중공업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상반기 수주 급감으로 고심했던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하반기 들어 연이서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국내 빅3 조선사들의 도크가 포화 상태인 데다 중형 선박에 대한 선주사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주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 이어지고 있어 중형 조선업계의 수주 회복 기대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한조선 '매출 3분의 2' 7100억 수주…HJ重 6400억 계약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439260)은 지난 22일 유럽 선주사로부터 수에즈맥스급 원유 운반선(탱커) 4척을, 오세아니아 선주사로부터 같은 선종 2척을 수주했다.

계약 금액은 각각 4753억 원, 2395억 원 등 총 7148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그중 4척은 벨기에 해운사 엑스마르로부터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HJ중공업(097230)은 지난 9일 6407억 원 규모의 885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중형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계약 규모다.

선박은 그리스 선사 나비오스 사가 발주한 것으로 추후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메탄올 레디' 사양으로 건조된다.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HJ중공업의 기술력이 인정받은 셈이다.

이외 케이조선(067250)도 지난 22일 유럽 소재 선사와 5만 톤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1290억 원 규모다.

중형 조선사들의 잇따른 수주는 선주사들이 유조선이나 중형 컨테이너선 같은 중형 선박 발주를 검토하는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형 선박은 노후 선박 교체가 상당 부분 이뤄진 대형 선박에 비해 교체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들이 3년 치 일감을 확보, 도크가 포화인 상태여서 빠르게 배를 확보해야 하는 선주사들이 중형 조선사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형 조선사들이 이번에 맺은 계약은 모두 2028년 내로 마무리된다. 대한조선은 탱커 2척은 2027년 9월, 4척은 2028년 9월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HJ중공업은 2028년 2월, 케이조선은 2027년 상반기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2년치 일감만 남아…"과감한 지원 정책 필요"

연이은 수주 소식으로 중형 조선사들의 일감 확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도 늘고 있다. 다만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가 상반기까지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을 통한 체질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중형 조선사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2.0% 급감한 15만CGT(표준선환산톤수)에 그쳤다. 금액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2억 9000만 달러(약 4045억 원)로 81.5% 감소했다.

수주 감소로 수주잔량 역시 올해 초 대비 20.3% 줄어든 168만CGT에 그쳤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를 두고 "약 2년 치 일감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 이후 수주를 통해 일감을 빠르게 축적하지 못하면 정상적 영업이 어려워지거나 선가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이어 "친환경·스마트화 등 기술적 변혁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재무적 한계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중형 조선산업은 10년 후를 전후로 소멸할 가능성도 있다"며 "조선업의 안보적 기능에 대한 인식도 강화해 세계무역기구 관련 시비에서도 벗어나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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