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식 한일 경제 통합 구상 또 강조한 최태원…日 주목한 이유
지리적인 이점에 규모의 경제 가능…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도 유사
최대 7조 달러 신시장…최태원, APEC 계기 한일 협력 논의도 구상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최태원 SK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일본과 유럽연합(EU)과 같은 형태의 경제 협력 방안을 재차 제언하고 나섰다. 한·일 경제 공동체는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해 최 회장이 올해 초부터 제시한 청사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한·일 양국에서 재조명받고 있는 모양새다.
한·일 양국은 지리적인 이점과 경제·인구 규모, 유사한 산업 구조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데 양국 경제인들의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경제 연대가 필요하다"며 "힘을 합쳐 산업을 크게 키워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사회적 비용이나 경제안보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제4위 경제권이 될 것"이라며 "(한일 경제 연대는) 국제사회에서 룰세터(표준을 주도하는 측)가 될 수 있고 많은 시너지가 생겨날 것"이라고도 했다. 양국의 경제 연대 방안에 대해선 "느슨한 연대가 아니라 EU와 같은 완전한 경제 통합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경제 연대 대상으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인구·경제 규모를 먼저 고려했다. 물론 신흥 강국으로 부상 중인 인도와 같은 국가도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지리적인 이점이 떨어진다고 봤다. 일본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억 2310만 명으로 세계 12위 수준이다. 경제 규모로 볼 때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조 1864억 달러다. 우리나라의 GDP가 1조 7903억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양국의 GDP를 합하면 약 6조 달러에 이르게 된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에 이은 세계 4위의 경제 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6조 달러는 현재의 양국 GDP를 단순히 합산한 수치인데 최 회장은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7조 달러까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 회장의 발언 등을 심층 연구해 제언집 형태로 발간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에선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하면 규칙 제정자로의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라며 "LNG 수입 2·3위국이 공동 구매하면 가격 협상력도 높아지는 등 저비용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양국이 처한 위기가 비슷하다는 점도 한일 경제 연대 제안의 또 다른 근거다. 양국은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라는 공통의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가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향후에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데 양국이 경제 공동체를 추진하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경제 구조가 제조업 중심으로 유사하다는 점도 '일본'을 연대의 대상으로 구상한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에 한일 양국의 제조업은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그렇지만 최 회장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가 손을 잡으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이 이번 인터뷰에서 양국 협력의 대표적인 분야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 회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일 경제 연대에 대해 양국에서 호응이 나오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경제 분야에 대한 새로운 협력 틀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미래산업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가 퇴진하면서 일본의 정치 상황은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양국의 관계가 경제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하다. 최 회장은 "제가 만난 웬만한 일본 재계·정계 지도자들은 (한일 경제연대에) 반대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며 "일본도 다른 옵션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경제 연대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협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 개최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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