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00대 기업 분석해보니…"中 성장 속도, 韓의 6.3배"

10년 전 대비 美 기업 575→612개·中 180→275개·韓 66→62개
매출액 성장률 中 95%·美 63%·韓 15%…"성장 기업에 보상을"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7/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글로벌 2000대 기업의 성장세를 국가별로 분석하니 중국 간판기업의 성장 속도가 한국보다 6.3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신규 진입이 많았다는 의미로 중국 기업 생태계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 통계를 분석, 발표한 'K-성장 시리즈'의 '글로벌 2천대기업의 변화로 본 韓美中 기업 삼국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2000에 속한 미국 기업은 10년 전인 2015년의 575개에서 현재 612개로 증가했다. 중국은 이 기간 180개에서 275개로 급증한 반면,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줄었다.

포브스의 글로벌 2000은 시장 영향력, 재무 건전성, 수익성이 좋은 리딩(leading)기업을 모은 것으로 국가별로 분석하면 국가별 '기업 생태계의 힘'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기업 생태계의 성장세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보다 미흡했다.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한국 생태계(한국기업의 합산 매출액)는 2015년 1조 5000억 달러에서 2025년 1조 7000억 달러로 15% 성장했는데 미국은 63%(11조 9000억 달러 → 19조 5000억 달러), 중국은 95%(4조 달러 → 7조 8000억 달러) 성장했다.

대한상의 측은 "중국의 기업생태계가 '신흥 강자'를 배출해서 힘을 키웠다면,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IT를 활용한 빠른 탈바꿈'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엔비디아(매출 성장률 2787%), 유나이티드헬스(314%), 마이크로소프트(281%), CVS헬스(267%) 등 첨단산업·헬스케어 기업이 성장을 주도했으며 스톤X(금융상품 중개, 매출액 1083억 달러), 테슬라(전기차, 957억 달러), 우버(차량공유, 439억 달러) 등의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이 신규 진입하며 기업 생태계의 속도를 올렸다. 여기에 실리콘밸리·뉴욕·보스턴 등 세계적인 창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에어비앤비(숙박공유), 도어대시(음식배달), 블록(모바일결제) 등 IT기업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알리바바(이커머스, 1188%), BYD(전기차, 1098%), 텐센트홀딩스(온라인미디어·게임, 671%), BOE테크놀로지(디스플레이, 393%) 등 첨단기술·IT 분야 기업들이 주로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파워차이나(에너지, 849억 달러), 샤오미(전자제품, 509억 달러), 디디글로벌(차량공유, 286억 달러), 디지털차이나그룹(IT서비스, 181억 달러) 등 에너지, 제조업, IT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2000으로 진입하며 성장 속도를 올렸다.

우리나라는 SK하이닉스(215%), KB금융그룹(162%), 하나금융그룹(106%), LG화학(67%) 등 제조업과 금융업이 성장을 이끌었으며, 새롭게 등재된 기업은 주로 금융기업(삼성증권, 카카오뱅크, 키움증권, iM금융그룹, 미래에셋금융그룹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상의는 성장한 기업에 규제보다 보상을, 지원은 성장형 프로젝트에, 규제는 규모별에서 산업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이달 초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이를 위해 우선 메가샌드박스라도 활용해 일정 지역, 일정 업종에서라도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역에 '규제 Zero 실험장'을 만들어 기업들이 AI 등 첨단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얘기다.

또한 지원은 '균등하게 나누기'보다 '될 만한 프로젝트'에 지원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규제가 필요하다면 '사전규제보다는 사후처벌', '규모별보다 산업별 제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반도체, AI 등과 같이 대규모 투자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첨단 산업군에 한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차등규제를 제외해 산업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첨단전략산업법'을 개정해 전략기술에 대해 규제 예외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