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美 보조금 종료 전기차 37% 감소 전망…K 배터리 괜찮나

배터리 생산량 줄면 AMPC 수혜도 축소
中 고율 관세 韓 호재 평가…현지 ESS·LFP 배터리 선점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골드카드 비자 행정명령 및 전문직 고용 비자(H-1B) 비용 부과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제도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두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는 ESS(에너지저장장치)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 북미 현지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며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1000만원 보조금 종료, 美 전기차 수요 37% 축소 우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를 통과한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대당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오는 9월 30일부로 종료된다.

이에 따라 전기차 구매 비용이 늘어나게 돼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조금 제도 폐지 이후 독일은 27%, 프랑스는 3% 전기차 판매가 줄었다며 "미국 시장도 이들 국가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연 37%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수요 감소는 곧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OBBBA 시행 전 선구매 효과로 3분기 미국 판매량이 늘며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보조금 일몰로 10월 이후 미국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도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조금 제도 종료 후 미국 내 생산과 판매가 줄면 AMPC 수혜 규모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미 고객 수요가 크게 줄어들며 AMPC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 46시리즈 원통형 및 리튬인산철(LFP)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 공장 조감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LFP·ESS 공략 속도…美 현지 투자도 확대

업계에서는 "보조금 종료로 인한 수요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북미 현지 생산 체제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와 ESS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FP는 중국이 주도하는 분야지만,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전기차용 73.4%, ESS용 최대 58.4%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립하고 LFP배터리 개발과 함께 ESS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앞서 대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LFP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 중이다.

앞서 미국 내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한 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LFP 배터리를 현지에서 생산한다. 삼성SDI(006400)도 현지 업체와 수주 계약을 추진 중이며,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HI-GA 배터리컴퍼티 사태' 등 불안 요인 상존

미국 이민 당국 단속으로 한국인 직원들이 대거 구금된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 'HI-GA 배터리컴퍼니' 사태는 변수로 꼽힌다. 직원들은 모두 석방되고 이후 미국 입국도 제재받지 않지만, 현지 투자 환경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HI-GA배터리컴퍼니 공장 가동 시점 역시 당초보다 1~2개월 연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조금 종료를 단기 악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FP 배터리 양산 조기 착수, ESS 시장 공략 등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