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시나리오' 석유화학 수직 계열화…정유사 신중모드 이유는
물밑 작업에도 제자리걸음…NCC 리스크·지역 경제 악영향 부담 커
석유사·정유사 윈윈 위해 '세제 부담 경감' 등 정부 유인책 필요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 중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석유사·정유사 중심의 수직통합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 진행 중이지만 기업 간 온도 차로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석유화학 기초 제품인 에틸렌을 감축해야 하는 석유사의 경우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반면 정유사들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 도출까지는 상당 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 간 자율 협상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가 정유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인센티브 제공 등 유인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 대산, 울산 등 국내 3대 석화 산업단지에서 석유사들은 단지별 구조조정에 있어 최적의 정유사 파트너를 찾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쉽사리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사 입장에선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 측면에서 원유 등을 수입해 정제하는 정유사와 수직통합이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정부도 지난달 20일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수직통합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3대 석화 단지에서는 정유사를 중심으로 수직통합 협의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우선 정유사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 리스크와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경제 악영향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정유사도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만큼 NCC 설비 감축 동참을 꺼릴 수밖에 없다.
또한 업계 간 입장이 다르다 보니 기존 설비의 가치 산정에 대한 이견이 크며, 현금 보상·지분 정산 방식 등 합병 조건 합의도 난관으로 꼽힌다.
특히, 정유사가 NCC 통폐합 참여 시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노사 갈등, 지역 경제 악영향 등 사회적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현재 여수와 울산, 대산 등 3개 석유화학 산업 단지 근로자는 약 5만 3400명 수준이다. 정부가 NCC 생산 규모를 최대 25% 감축을 요구한 만큼 산술적으로 1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사와 정유사 간)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선 자구 노력, 후 지원' 방침을 고수 중이지만 수직통합을 두고 석유사와 정유사의 온도 차가 큰 만큼 정부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의 사정을 고려해 자산 통합 과정에서의 세제 부담 경감이나,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의 한시적 완화 등이 대표적 유인책으로 거론된다.
또한 연말까지로 정한 데드라인도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직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리하고 서두르는 구조조정은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며 "업계 간 이해관계도 다른 상황에서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압박하기보다는 입장차를 고려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정부가 선제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체질 개선을 위해 기업들의 진통이 불가피하지만 정부에서도 석화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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