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하는 청년 고용…경제계 경영 환경 악화 불구 '구원투수' 등판
삼성 등 7개 그룹, 올해 채용 4만명↑…李 청년고용 요청에 화답
청년 고용 16개월 연속 감소, 청년 고용난 최악…하반기 개선 기대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나날이 악화하는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들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과 중국 기업의 추격 등으로 경영 환경이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청년 고용난'이라는 국가적 비상 상황을 맞아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나서면서 올 하반기 청년 고용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주요 기업들은 18일 일제히 하반기 청년 신규 채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포문은 삼성이 열었다. 삼성은 이날 향후 5년간 6만 명, 연간 1만 2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의 이번 하반기 공채 규모는 1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4000여 명을 채용했던 SK그룹 역시 하반기 4000여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으로 기록하면서 파격적인 보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오는 22일부터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총 72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는데 내년에는 청년 채용 규모를 1만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LG그룹은 올해 3000~4000명을 채용하며 3년간 1만 명을 신규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신입 채용은 7000명 수준이다.
올 상반기 2100여 명을 채용한 한화그룹은 30개 계열사에서 하반기에는 3500여 명을 신규 채용한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2600명 수준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400명 증가한 300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향후 5년간 1만 5000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HD현대 역시 올해 총 1500여 명을 새로 채용하고 향후 5년간 19개 계열사에서 1만여 명의 인원을 새로 뽑는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채용 규모 확대에 나선 것은 어느 때보다 심화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은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20만 명 이상 줄어드는 등 청년 취업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도 40만 명대로 계속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연간 9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반면 지방 주요 도시는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들의 고용이 악화하면서 내수 시장 침체로도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팀 코리아 정신으로 통상 파고를 정부와 힘을 합쳐 극복하고 있는 기업이 청년 고용난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데 정부와 함께 힘을 합쳐주길 부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은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청년 신규 일자리 창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청년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가 윈윈하는 경제성장의 새 물꼬를 트자는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청년 채용 확대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의 후폭풍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으로 구조조정이라는 현실 앞에 놓인 업종도 수두룩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5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 6000여곳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지난 1분기 2.4% 증가에서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 매출액 증가율이 이같이 낮아진 것은 지난 2023년 4분기(-1.3%) 이후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매출 역성장 자체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계획을 확대하는 대승적인 결정을 한 셈이다.
이날 7개 대기업이 발표한 올해 채용 규모만 4만 명을 넘는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취업문을 활짝 열기 시작하면서 여타의 기업들 역시 계획했던 채용 규모를 더욱더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대기업 협력업체 역시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고용노동부,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오는 10월 21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코엑스 마곡에서 민관합동 '2025 상생협력 채용박람회(Growing Together Job Fair)'를 개최한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GS, CJ, LS, 효성, 풍산 등 주요 그룹 11곳이 주축이 돼 청년 채용을 희망하는 우수 협력업체 300여 개사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다.
한경협은 지난 2010년 10대 그룹 등이 참여한 가운데 SETEC에서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기업 채용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는데 경제계가 공동 상생채용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15년 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악화하고 있는 청년 고용 문제가 주요 기업들의 채용 계획 확대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