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낸드 겨울' 봄기운 완연…삼성·SK하닉 실적 탄력 붙는다
낸드 공급부족 현실화…샌디스크·마이크론 가격 인상
HDD도 공급 부족…AI 서버 스토리지, HDD→SSD 교체 수요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이 공급과잉 해소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누리고 있는 D램에 더해 낸드 시장까지 살아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낸드플래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낸드 시장의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낸드 시장은 지난 2022년부터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침체기를 겪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의 과점 체제인 D램과 비교해 낸드는 메모리 3사뿐 아니라 키옥시아(일본), 샌디스크(미국)까지 5개 사가 경쟁하고, 업체 간 기술 격차도 작아 공급 과잉에 더 취약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2.9%), SK하이닉스(솔리다임 합산 21.1%), 키옥시아(13.5%) 마이크론(13.3%), 샌디스크(12%)다.
하지만 기업들의 감산에 더해 AI 데이터센터 저장장치(스토리지)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최근 낸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샌디스크는 최근 AI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센터, 모바일 기기 수요 급증을 이유로 모든 제품의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도 D램과 낸드 제품의 가격 전략을 재조정하는 동안 고객사에 가격 책정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제조사들은 공급 과잉 시기에는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가격을 협상하는데, 공급 부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가격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 상황이 변화한 주요 배경은 데이터센터 저장장치를 SSD로 교체하려는 수요 때문이다. 데이터 워크로드는 접근 빈도와 즉각적인 응답속도의 요구 수준에 따라 핫(hot), 웜(warm), 콜드(cold)로 나뉜다.
일반적인 서버 저장장치는 용량이 크고 가격이 싼 HDD를 사용하지만,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써야 하기 때문에 핫/웜 워크로드에서 성능이 우수한 SSD를 채택하고 있다. SSD는 전력 소모가 적어 데이터센터의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나아가 최근 HDD 공급도 부족해지면서 SSD 교체 수요가 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HDD 제조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생산 용량을 확대하지 않아 AI로 인한 스토리지 수요 급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들은 HDD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일부 공급업체는 콜드 데이터 워크로드에 SSD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트렌드포스는 "이런 수요 재편은 SSD 공급업체들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올해 4분기 기업용 SSD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5~10%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도 낸드 시장의 성장을 예상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iM증권은 "내년 낸드 업황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경기 둔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년 수요 증가율(14.0%)은 생산 증가율(13.9%)을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상향하면서 "AI 사이클에서 누적되는 데이터의 급증과 핫/웜 데이터 계층의 중요성 증가, HDD의 공급 부족 현상 장기화는 고용량 QLC 기반 SSD의 구조적 수요 확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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