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위치 변경도 심사받아야…감기 걸린 직원 출근하면 벌금?"
한경협, 규제 개선 과제 32건 건의 "행정편의 규제 개선 시급"
가설건축물 신고·수출입 필증 보관 등 불필요 절차 기업 발목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1. 반도체 제조업체 A사는 공정 효율화를 위해 공장 안 기계 설비를 다른 위치로 옮겼다가 낭패를 봤다. 이미 최초 설치 때 안전 심사를 마쳤지만, 단순 위치 변경에도 별도 심사와 서류 제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공장 내 시설의 단순 재배치에도 각종 도면과 계획서를 내고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2. B사는 프로젝트 종료 뒤 현장의 가설사무실을 철거하면서 일반 건축물과 동일하게 해체 신고만 하면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설건축물은 멸실신고까지 별도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놓쳐 과태료 대상이 될 뻔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이처럼 복잡하고 불필요한 절차가 여전히 곳곳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복잡·불필요 절차 △과도한 자료 요구·중복 조사 △불명확·경직적 규제 등 3대 분야, 32건의 '행정 편의적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해 국무조정실에 개선을 건의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경협은 "정부가 이미 불필요한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유연한 사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복잡하거나 불필요한 절차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쉽지 않다는 게 한경협의 주장이다.
과도한 자료요구나 중복 조사도 기대표적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수출입신고필증 보관 의무의 경우, 현재 화주는 신고필증을 종이 또는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전산 매체에 보관해야 한다. 그렇지만, 관세청 전산망(UNI-PASS)에 저장된 기록은 인정되지 않는다. 한경협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조회할 수 있는 자료를 출력하거나 전산 매체에 다시 보관하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매년 실시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위탁 거래 실태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거래 실태조사가 유사한 내용을 따로 조사하면서 기업이 같은 자료를 두 번 제출해야 하는 불합리도 꼬집었다.
불명확한 규제도 개선 대상이다. 한경협은 근로자 출근 제한과 관련된 감염병 기준을 감염병예방법상 2급 이상 감염병 기준으로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규정은 감기, 결막염 등 단순 감염성 질환도 전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근로 금제·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질병에 걸린 근로자가 출근할 경우 기업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고압가스 제조시설 착공 시점 역시 불명확하다. 시설 설치 전 파일공사 착수를 착공으로 볼지 여부가 불명확해, 일부 지자체는 사전 허가를 요구하며 사업 지연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복잡한 절차, 불필요한 서류 요구, 중복 조사, 모호한 규정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대표적 행정 편의적 규제"라며 "수요자·현장의 관점에서 규제를 개선해 나간다면 행정 효율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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