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中 '싹쓸이' 끝났나…K-조선, 잇단 수주 '새 먹거리'

HD현대 2척 삼성 4척 수주 눈앞, 한화 1척 추가
선박 제재+운임 상승, 원유 증산에 수요↑…"지속 여부 불투명"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자료사진(HD현대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비주력 선종인 원유 운반선(탱커)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유조선 운임 상승으로 수익이 늘어난 선주사들이 발주를 늘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선박에 대한 제재 강화, 원유 증산 같은 지정학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유조선 수요도 늘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中 주력인데…조선 빅3 모두 유조선 수주 추가

1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이달 초 2422억 원에 원유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선주사는 그리스 에발랜드쉬핑 사로 15만 7000DWT(재화중량톤수) 수에즈맥스급 유조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010140)은 그리스 선주사 뉴쉬핑과 원유 운반선에 대한 건조 의향서(LOI)를 체결, 수주를 앞두고 있다. 계약 규모는 확정 2척, 옵션 2척 등 총 4척의 수에즈맥스급으로 1척에 8300만 달러(약 115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은 해당 선박 건조를 HSG성동조선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042660)도 최근 그리스 선주사 차코스 에너지 내비게이션(TEN)으로부터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1척을 추가로 확보했다. 7월 말에 확정한 2척에 이어 또다시 1척을 추가한 것이다. 당시 2척은 3500억 원 규모에 계약했다.

中 '싹쓸이'했던 유조선, 발주 증가에 'K-조선' 수혜

국내 조선업계의 잇따른 원유 운반선 수주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종으로 주로 중국 업체들이 '싹쓸이'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각종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운임 상승, 수요 증가로 국내 업체들의 수주 기회가 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달 수에즈맥스급 유조선 운임은 전월 대비 34%, 서아프리카와 미국 걸프만 노선은 38% 급등하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 그림자 선단 등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유조선이 늘어나면서 선박 공급이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OPEC+가 7개월 연속 증산에 나서는 등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유조선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당초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직후에도 화석연료 수요 증가와 선박 제재 강화로 유조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향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린 점도 유조선 수주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유조선은 컨테이너선이나 가스선에 비해 수년간 발주량이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며 "운임 급상승으로 유조선사들의 수익이 늘면서 신조 발주 문의가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유조선 수주가 지속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 친환경 연료로 교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주사들이 유조선을 마냥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에너지 유형이나 운임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선주사들의 고민거리"라며 "대대적인 발주 분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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