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역대급 호황'에도 툭하면 '집안싸움' 왜?
업체간 갈등에 전력화 시기 늦어져
"정부, 컨트롤타워로 나서 혼란 막아야"
- 양새롬 기자,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허고운 기자 = 'K-방산'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집안싸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내수 시장은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인 데다, 승자 독식 구조여서 경쟁이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달 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LIG넥스원 판교하우스를 압수수색했다.
이는 방위사업청의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 설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해군사관학교 소속 관계자가 일부 정보를 LIG넥스원 쪽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방첩사는 이미 2월 전직 해군사관학교 교수이자 해군 대령 출신 A 씨를 무인수상정 관련 사업 자료 기밀 유출 혐의로 수사해 군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A 씨와 LIG넥스원 모두 보안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수사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이 관건이다.
아예 소송으로 비화한 경우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정지궤도 기상·우주기상 위성 '천리안위성 5호' 개발 사업과 관련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LIG넥스원이 선정됐다. KAI 측은 사업자 선정 과정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소송이 취하됐지만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체들이 얼마 안 되는 국내 사업을 가지고 맨날 싸운다, 욕심을 부린다는 말이 정말 듣기 싫다"면서도 "다만 사전에 기밀이 유출됐다거나 선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면 이런 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장기적으로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면 우리 군 전력 공백뿐만 아니라 방산업체들의 기술력을 높일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코리아 원팀'이 더 승산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호주 호위함 사업에선 각자 따로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캐나다 잠수함 수주사업에서는 '원팀'으로 도전해 최종 결선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정부가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가 인정할 수 있도록 디프리핑(평가 결과 설명회)을 강화하고, 끝까지 승복하지 못할 때에는 소송으로 가기 전 공신력 있는 기관의 사업 조정 제도를 거치는 방법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향후 공동개발·컨소시엄 확대, 복수연구개발 활성화, 패자 기업과의 하청계약 보장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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