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유로 전기차 시장 열린다…유럽·한국·중국車 본격 주도권 경쟁

폭스바겐·현대차·BYD 등 내년 유럽서 2만유로대 전기차 출시 봇물
美 반사 수요·환경 규제에 유럽 전기차 수요 ↑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CEO가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터쇼의 언론 및 미디어 데이에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09.08 ⓒ 로이터=뉴스1 ⓒ News1 강서연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내년 3만 유로 이하 신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유럽 보급형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이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전기차 정책 여파로 유럽이 전기차 경쟁 본무대가 될 것이란 평가다.

4000만원대 소형 전기차 봇물…폭스바겐그룹 "ID.폴로 등 2026년 4종 출시"

1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는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서 개막한 유럽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3만 유로(약 4900만 원) 이하 새로운 전기차를 대거 공개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주요 핵심(core) 브랜드의 도심형 전기차 라인업 4종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브랜드별로 △폭스바겐 ID.폴로, ID.크로스 콘셉트 △스코다 에픽 △쿠프라 라발 등이다. 모두 도심형 엔트리급 전기차로 폭스바겐그룹의 차세대 전륜구동 전기차 플랫폼 'MEB+'를 공유한다. 내년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2만5000 유로(약 4000만 원)로 책정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2027년 이보다 저렴한 2만 유로(약 3200만 원) 수준인 ID.에브리1(Every 1)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폭스바겐그룹은 현재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8%로 1위를 지키고 있다"며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도 확실한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13만5427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78% 성장했다. 스코다(147%)와 쿠프라(109%)는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브랜드별 판매량 5위와 13위에 올랐다.

소형 EV의 새로운 방향성을 담은 ‘콘셉트 쓰리(Concept THREE)’가 글로벌 최초 공개됐다.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장 에두와르도 라미레즈와 유럽대권역장 겸 유럽권역본부장 자비에르 마르티넷이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콘셉트 쓰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9/뉴스1
EV3·캐스퍼 일렉 흥행 잇는다…현대차·기아, 내년 나란히 유럽용 소형 EV 출시

유럽 소형 전기차 시장에 현대차·기아도 본격적으로 참전한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현재 유럽에서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과 EV3를 판매하며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내년 더 저렴한 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이번 IAA에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소형 해치백 형태로 내년 아이오닉 3(가칭)로 출시될 전망이다. 유럽 전략형 모델로 개발 단계부터 유럽기술센터(HMETC)가 주도했다. 생산도 유럽 현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기아는 올해 초 스페인에서 EV3보다 더 작은 EV2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아이오닉 3와 마찬가지로 내년 출시 예정이며, 양산도 국내가 아닌 유럽 전동화 기지인 슬로바키아 공장서 이뤄진다. 첫 공개 당시 기아는 3만 유로 이하라고 밝혔으나, 경쟁업체의 공격적인 가격 책정에 출시 가격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中 BYD '현지화' 전략 강조…美 반사 수요·환경 규제에 유럽 전기차 수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의 도전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물론 샤오펑, 립모터, GAC(아이온), 창안 등 더 많은 브랜드가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IAA서 BYD 등 중국 업체는 '유럽에서, 유럽을 위한'(in Europe, for Europe) 전략을 강조했다.

BYD는 최근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소형 전기차 '돌핀 서프'를 출시했다. 유럽 전략형 모델로 판매가는 2만9990 유로다. 헝가리 공장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BYD는 유럽 판매 전기차는 모두 유럽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가격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IAA 모빌리티 2025 오픈스페이스에 전시된 BYD의 소형 전기차 돌핀 서프.ⓒ 뉴스1 이동희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유럽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사실상 자국 업체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독식하고 있어 수입 브랜드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주요 시장인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 등 반 전기차 정책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기준 25% 증가한 반면 미국은 0.8% 감소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규제도 현지 전기차 시장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판매하는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5% 감축하고, 2035년부터는 CO₂ 배출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은 "올해부터 유럽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 탄소배출 규제를 적용하고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현대차는 이를 기회로 보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