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부터 함정, 전투기까지…K-방산, 폴란드 현지생산·정비 박차
한화 '유도탄·수상함' 현대 'K2전차' KAI 'FA-50 MRO' 현지화
"자국 우대 강화에 수출 어려워져…방산 블록화 돌파 시도"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연장로켓 유도탄부터 수상함, 전투기까지 육해공 전 분야에서 유럽 현지 생산·MRO(유지·보수·정비)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현지화를 통해 기술 이전과 신속한 생산·유지·보수 체계를 갖춰 수주를 확대하는 동시에 유럽의 방산 블록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 2일(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서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기업과의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에 최종 합의했다.
앞서 양사는 지난 4월 JV 설립을 목표로 주요 원칙과 조건을 명시한 텀시트(Term Sheet)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이번 MSPO를 계기로 결실을 맺게 됐다. 한화에어로의 첫 폴란드 JV 설립이다.
양사의 합작법인에선 지대지 유도무기인 다연장로켓 천무의 폴란드 수출형인 '호마르-K'에 탑재하는 사거리 80㎞급 유도탄(CGR-080)을 생산할 예정이다. 추후 협의를 통해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탄종을 다양화하고 유럽 내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는 폴란드에 수출하는 천무에 대해선 현지 업체와 공동 생산 체제를 유지해 왔다. 발사대 모듈과 유도탄은 창원 공장에서, 발사대 차량은 현지 국영 방산업체 PGZ그룹의 옐츠가 생산을 맡아왔다. 이번에 유도탄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천무의 현지 생산 비중을 보다 확대한 것이다.
한화는 함정 분야의 폴란드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은 이번 전시회에서 오르카 프로젝트를 겨냥한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III(KSS-III) 배치-II' 잠수함을 전면 배치했다.
폴란드 해군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는 최신식 잠수함 3척 도입을 목표로 하는 8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주를 위해 현지 상설 MRO(유지·보수·정비) 센터 설립과 등에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도 제안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폴란드 해군의 연안 작전 환경을 고려한 수상함 3종의 현지 생산 맞춤형 설루션도 제시했다. 한화오션이 연안경비함, 고속정, 무인수상정 등의 설계를 제공하고 건조는 현지 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의 생산 거점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5월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 소속 조선소 두 곳과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현지 업체와의 추가적인 MRO를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로템(064350)도 지난달 폴란드와 K2 전차 261대를 추가 공급하는 2차 이행계약을 체결하면서 폴란드형 K2전차(K2PL) 61대는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PGZ 자회사인 부마르가 하청업체로서 조립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현지 생산 거점을 통해 K2전차 추가 수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기본 계약 물량 1000대 중에선 1·2차 이행 계약으로 360대가 실제 수주로 이어져 아직 640대의 잔여 물량이 남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047810)은 현지에 전투기 MRO 센터를 설립해 수출한 다목적 전투기 FA-50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현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KAI는 지난 2022년 FA-50 48대 수주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총 12대를 납품했다. 지난 6월에는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폴란드에 유럽 법인을 신설했다.
국내 방산업계가 폴란드 진출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의 군비 증강이 자리 잡고 있다. 폴란드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를 제공한 이후 무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폴란드는 국내 방산업계 수출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시장이다. 폴란드 정부는 내년 국방비로 국내총생산(GDP)의 4.8%에 해당하는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올해 국방비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4%를 넘겼는데 또다시 증액에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유럽 재무장을 추진하면서 '바이 유러피언' 기조를 드러낸 것도 국내 업체들의 현지 진출을 가속화하는 이유다. EU는 1500억 유로(약 243조 원) 규모의 무기 공동 구매 대출 기금 '세이프(SAFE)'를 신설하면서 역내 방산업체에 대한 우대 규정을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부품 중 65% 이상이 세이프 회원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기금이 지원된다. 세이프 회원국에는 EU와 우크라이나,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포함된다. 폴란드는 EU 회원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이나 역내 업계 우대 기조가 강화하면서 다른 나라에 무기를 판매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현지 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방산 블록화라는 진입 장벽을 돌파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1096pag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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