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취항 1년 티웨이항공, 탑승률 80%에도 적자…대형기 투입 승부수
대한항공 절반 가격 '가성비' 무기, 시장 안착 평가
2분기 영업손실 790억, 전년比 259%↑…항공권 가치 높여야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티웨이항공(091810)이 유럽 노선에 본격 취항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항공사(FSC)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초기 시장 안착에 성공했지만,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 티웨이항공은 좌석 수가 많은 대형기를 추가로 확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의 지난 2분기 인천-유럽 노선별 탑승률은 △로마(80%) △파리(80%) △프랑크푸르트(76%) △바르셀로나(87%) 등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비용이 상이해 단정하기 어렵지만, 통상 탑승률이 80%를 넘으면 수익이 나오는 노선으로 분류한다"며 "2분기가 전통적인 여행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견조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5월 인천-자그레브(크로아티아) 노선에 취항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유럽 하늘길을 개척했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유럽 4개 노선의 운수권을 이관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천발 △로마(8월) △파리(8월) △바르셀로나(9월) △프랑크푸르트(10월)까지 유럽 주요 거점 노선에 잇달아 취항했다. 그중 로마·파리 노선은 취항 1년인 지난달 각각 누적 탑승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유럽 취항으로 회사 매출은 늘어났다.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3780억 원으로 동분기 사상 최대치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유럽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5%로 동남아(19.0%)를 제치고 최대 매출 노선인 일본(26.4%) 다음으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매출 증가가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분기 영업손실은 1년 전 220억 원에서 259% 늘어난 790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를 썼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FSC 대비 저렴한 항공권을 무기로 유럽 노선 승객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가격이 낮게 책정된 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소비자들을 계속 유인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의 인천-로마 노선 일반석 가격은 이달 말 기준 110만 원대로 210만 원대인 대한항공 대비 45%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더해 부족한 대형기도 유럽 노선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에 투입하는 주력 여객기는 A330-200(6대)이다. 본래 중장거리 여객기인 A330-300(4대)도 유럽 투입이 가능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영공 우회 여파로 운항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체 투입 중인 장거리 여객기 A330-200의 좌석은 246석으로 A330-300(347석) 대비 좌석 수가 100석 정도 적다. 같은 거리를 뛰면서도 승객을 적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 측면에서 불리하다.
티웨이항공은 서둘러 대형기를 확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로 했다. 먼저 보잉 장거리 여객기 B777-300ER을 올해 들어 2대 들여왔다. B777-300ER은 좌석 수가 최대 368석으로 A330-300보다 20석 정도 많다. 현재 유럽 노선에 A330-200과 함께 투입됐다. 내년부터는 에어버스의 차세대 친환경 여객기 A330-900네오(NEO) 5대를 국적사 최초로 순차 도입해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A330 시리즈 대비 연료 소모량이 25% 줄어 운항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좌석은 340석 규모다.
항공권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객 편의 제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이탈리아 국영항공사 ITA항공과 협력해 인터라인 노선 판매를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인터라인은 여러 항공사가 운항 중인 노선을 하나의 티켓으로 묶어 판매한 후 항공사가 각자의 구간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티웨이항공 인천발 로마행 항공편을 이용한 뒤 ITA항공의 로마발 국내·국제선으로 환승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면 된다. 항공동맹이 부재해 연계 노선이 없는 점이 LCC의 단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지난 4월부터는 유럽 노선에 국내 LCC 최초로 일등석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달 도입한 B777-300ER 1대를 통해서다. 해당 항공기 좌석 294석 가운데 앞자리 6석이 일등석에 해당하는 프라이빗 스위트 타입이다. 좌석 간격 81인치(205㎝), 좌석 너비 32인치(82㎝)로 구성돼 180도 누워서 가는 여행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등석을 도입하면 해당 항공기의 전체 좌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FSC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좌석인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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