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비 10만원대 눈 앞…국내 독자 개발 '수분해장' 첫 선
네오메이션, 첫 수분해장 장치 NP40 시연회 개최
"매연·악취 없어…친환경 동물 장례 시대 선도"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첫 동물 수분해장 장치가 공개됐다. 데스테크 전문기업 네오메이션(대표 박양세)은 지난 27일 경기도 하남에서 'NP40' 시연회를 열고, 친환경 장례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P40은 기존 화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분해장(아쿠아메이션)' 기술을 적용했다.
네오메이션의 박양세 대표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떠나보낸 경험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양세 대표는 "제일 좋다는 화장장을 찾아 기본부터 프리미엄 장례까지 모두 해봤지만, 유골을 뿌리는 것도 불법이더라"며 "보호자가 범법자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조사하던 그는 친환경 장례 기술인 '아쿠아메이션'을 알게 됐고, 자연으로 되돌려보내는 방식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도입이 불가능했다.
2023년 6월 동물 수분해장이 합법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 대표는 기술 도입을 검토했지만, 당시 전 세계에서 관련 장비를 보유한 곳은 미국 기업뿐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장비를 들여오려 직접 찾아갔는데 해당 기기는 공정에 10시간 이상 걸려 반려동물 장례 시 하루에 한 마리밖에 처리할 수 없는 구조였다"며 "게다가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장비 운용도 어려운 구조라 국내 도입이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대표는 이훌륭한 CTO와 함께 2년간 연구 끝에 'NP40'을 자체 개발했다. 네오메이션은 2024년 1월, 단 두 명의 인력으로 설립됐다.
수분해장은 알칼리 용액과 물을 활용해 165도씨, 6.5기압에서 약 60분간 사체를 분해하는 방식이다. 공정이 끝나면 뼈와 '반응수'만 남는다. 화장과 달리 매연·악취·소음·진동이 없어서 친환경적이다. 상용화 전 도심 한복판에서 시연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시연 현장에서는 지방이 분해되면서 나는 빨랫비누 비슷한 냄새가 감지됐다. 이 냄새마저도 실제 운용 단계에서는 증기를 응축해 물로 배출한다.
NP40의 핵심 강점은 처리 시간 단축이다. 기존 해외 장비는 8~10시간이 걸리지만, NP40은 약 1시간 30분 만에 모든 과정을 마무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또한 버튼 하나로 전 과정을 자동화해 전문 인력 없이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합법적인 반려동물 화장에 드는 비용은 평균 55만 원 이상으로, 접근성이 낮고 부담도 크다. 네오메이션은 NP40을 통해 10만 원대 장례비를 목표로 한다.
40㎏ 기준 화장에 가스비만 9만 원이 드는 반면, NP40은 전기요금 약 4090원에 불과하다. 박 대표는 "전기차 보조금처럼 친환경 장례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소비자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수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반응수는 안전성이 검증돼 농작물 비료로, 골분은 산성화된 토지 개량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순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반응수를 활용할 경우 생육이 30%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수목장 형태의 새로운 장례 문화 확산 가능성도 기대된다.
실제로 캐나다의 한 수분해장 장례식장 이름은 '비 어 트리(Be a tree)'로 나무가 되는 곳이란 뜻이다. 이곳은 수분해장으로 장례를 치른 후 남은 반응수를 나무에 부어주며 자연으로 돌려주면서 절차를 마무리한다.
네오메이션 역시 국내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체인 21그램 같은 곳과 협업해 추모와 장례 절차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동물 수분해장은 2023년 6월 합법화됐으며, 현재는 화장장과 동일한 입지 규제 완화 여부를 조율 중이다. 네오메이션은 지난 4주 동안 농림축산식품부, 경기도, 남양주시 등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시연을 진행했으며, 매연·소음·악취·진동 등 민원을 유발할 요소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네오메이션은 올해 말까지 경기 동두천에 경기북부 수분해 파일럿센터를 설립한다. 장비 4대가 설치되며, 경기도·서울시 관내 유기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데 우선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 기후테크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향후 일본, 대만, 동남아 시장 진출과 인체 수분해장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네오메이션은 현재 수분해장 관련 국내 특허 11건을 출원했다. 'K-장례'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반려동물 장례의 친환경 전환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박양세 대표는 "한국식 장례 문화를 인접 국가에 전파해 아시아 장례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훌륭한 CTO는 "상용화에 차질이 없도록 안정적인 장비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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