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초전도케이블, AI박람회 주인공으로 "때가 왔다"[르포]

'WEC 2025' 부산 벡스코서 열려…개막식 전부터 대기줄
"AI-에너지 전환, 시너지 관계…그리드 인프라 주목해야"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서 현대자동차 부스를 찾아 신형 넥쏘 수소전기차에 탑승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5.8.2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최동현 기자

"초전도 케이블은 송전 손실률이 5% 미만이에요. 변전소가 필요 없어서 데이터센터 주변 전력망을 2000㎡(605평)에서 200㎡(60.5평)로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죠."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WEC 2025)가 열린 27일 부산 벡스코. LS일렉트릭 부스 정중앙에는 LS전선의 주력 제품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과 함께 '초전도 케이블'이 나란히 전시됐다. 초전도 케이블은 LS전선이 10년 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HVDC보다 훨씬 비싼 고부가제품이라 수요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산업이 대호황기를 맞으면서 초전도 케이블을 찾는 문의가 쏟아졌고, LS전선은 올 3월 전담 마케팅팀까지 꾸렸다. LS전선 관계자는 "초전도 케이블은 전자파를 발생시키지도 않기 때문에 '도심형 데이터센터'에 안성맞춤"이라며 "때가 무르익은 것"이라고 했다.

개막 전부터 대기줄…현대차 전기차 탄 국무총리

대한상공회의소는 27~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산업통상자원부·국제에너지기구(IEA)·세계은행(WB)과 공동으로 'WEC 2025'를 개최했다. 'AI를 위한 에너지, 에너지를 위한 AI'를 모토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국내외 540여개 기업이 참가해 차세대 전력망,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 융합, 수소·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에너지 설루션을 선보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두산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 등 빅테크와 RWE, 슈나이더 일렉트릭, 지멘스, 블룸에너지 글로벌 에너지 선도기업이 대거 참가하면서 이날 전시장 입구에는 개막식 전부터 긴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AI산업 특수를 누리는 K-전력기기 3사(효성·HD현대·LS)가 일렬로 '에너지고속도로관' 부스를 꾸리고 친환경 변압기부터 HVDC, 초전도 케이블,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전력 송·배전 인프라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를 활용한 홈케어 설루션과 고효율 공조시스템을, SK E&S는 AI 데이터센터 통합에너지 설루션을 소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로봇 팔이 전기차의 충전구를 인식하고 커넥터 삽입부터 탈거까지 전기차 충전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수행한다. 에퀴노르는 기존 고정식과 달리 바다 위에 떠서 풍력 발전을 하는 '부유식 풍력발전' 모델을 소개했다. AI로 해상 풍속과 풍향, 파고 등을 분석해 발전 효율을 극대화했다.

WEC 2025 연사로 나선 김민석 국무총리는 개막식에 참석하기 전 전시장을 찾아 효성중공업, LS, 한화, 에퀴노르, 삼성전자, 오텍, LG전자, 현대차, SK그룹 부스를 둘러봤다. 김 총리는 LG전자와 SK그룹 관계자들에게 기술 관련 질문을 던지거나, 현대차의 로봇이 자동으로 충전한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승하기도 했다.

LS전선의 초전도 케이블이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마련된 LS일렉트릭 부스에 전시돼 있다.2025.8.27/뉴스1 최동현 기자
"데이터센터는 2년, 송전망은 8년…전력망 간과 말아야"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미셸 패트론 마이크로소프트(MS) 에너지정책 총괄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AI 기술 고도화와 송전망(그리드) 투자, 청정에너지 전환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산업이 발달할수록 대규모 전력이 필수적인데, 반대로 AI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적절히 노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비롤 IEA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3가지 이유로 에어컨 사용률 증가(기후변화), 전기차 보급 확대, AI 데이터센터 확산을 꼽으면서 "10년 전만 해도 불과 수십만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가 오늘날 전 세계 자동차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전력)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AI 데이터센터만큼이나 '전력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형 규모의 데이터센터 하나가 1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을 소모한다"며 "중요한 점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2년이 필요하지만, 송전망 구축에는 8년이 걸린다. 다수의 국가가 송전망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서 두산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8.2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미셸 패트론 MS 에너지정책 총괄은 AI가 청정에너지 혁신을 견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데이터센터의 직·간접적 탄소 배출량을 3배 이상 감축할 수 있다고 본 IEA의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AI 기술이 수소 저장, 차세대 배터리, 탈탄소 등 에너지 기술 발전을 혁신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AI 기술은 전력망 인프라 병목 현상을 유발하는 정부 인허가 절차를 신속화하고, 청정에너지 보급률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AI 혁신을 배가한다"며 "AI와 에너지의 동시 전환으로 탈탄소화, 비용 절감, 접근성 확대, 회복력 강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수석은 "정부는 이달 초에 'K-차세대 에너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국가 예산을 배정했다"며 "먼저 AI와 재생에너지 기반의 스마트 파워 그리드(전력망)에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남에서 차세대 에너지 인재 육성 이니셔티브도 계획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