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 원팀, 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결선행…獨과 2파전

적격 후보 선정…각자도생 호주 호위함 실패 반면교사
"납품 기한 9년→6년 단축"…폴란드 오르카 수주 기대감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한화오션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이 힘을 합쳐 도전한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서 해외 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결선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각자도생으로 수주를 놓쳤던 호주 호위함 사업을 반면교사 삼아 원팀으로 도전한 결과란 평가다.

한화오션은 26일 캐나다 해군이 3000톤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의 쇼트리스트(적격 후보)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캐나다 해군은 지난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해 운용 중인 2400톤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잠수함 조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초 캐나다 연방정부에 해당 사업에 대한 공동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원팀 참여'는 앞서 지난 2월 방위사업청의 주재로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수출, 한화오션은 수중함(잠수함) 수출을 주관하되 서로 상대 기업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두 업체가 각각 수주에 나섰다가 모두 고배를 마시면서 상호 협력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잠수함 수주인 이번 사업은 한화오션이 사업 주관을, HD현대중공업이 지원 역할을 맡았다.

2배수로 압축되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쟁 상대는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로 좁혀졌다. 도전장을 내밀었던 프랑스 나발 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나머지 유럽 방산업체들은 고배를 마셨다.

한화오션은 이번 사업에 현존 디젤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강의 작전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30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를 제안했다.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만 2900㎞)를 운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태평양 및 대서양, 북극해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에서 운용이 가능해 캐나다 해군 작전 환경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을 보유하는 등 비대칭 억제 전략을 펼칠 역량도 갖추고 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의 상품성은 물론 빠른 납기 역량과 검증된 잠수함 설루션, 현지화 전략 등으로 캐나다 해군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은 계약 체결 이후 납품까지 보통 9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6년으로 단축할 자신이 있다"며 "현지에 운용, 유지·정비(ISS)센터도 짓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수출 시장과 현지 군수지원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1월 영국 밥콕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또한 캐나다의 보안·해양방산 분야를 대표하는 기술 선도 기업인 CAE, 블랙베리, L3 해리스 MAPPS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번 수주에선 원팀으로 참여한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기술 경쟁력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은 2008년 AIP를 탑재한 잠수함을 해군에 인도한 바 있는데 이는 독일 외 지역에서 설계·건조에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2011년에는 3000톤급 잠수함 기본 설계를 공동 수행했고 3번함인 신채호함을 건조, 2024년 4월에 적기 인도하기도 했다.

이번 쇼트리스트 진입으로 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폴란드 등에서의 수출 경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는 해군 현대화 사업 일환인 '오르카 프로젝트'를 통해 잠수함 3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면 사업 규모는 최대 8조 원에 달한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해외사업단장 부사장은 "한화오션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해군, 국회 등의 지원 속에 원팀'으로 CPSP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CPSP 사업에서 사업 수주라는 유종의 미를 반드시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1096pag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