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제2 마스가' 등극, 한미 제조업 협력 핵심 급부상
MOU 11건 중 4건 '원전'…두산에너빌, AWS 데이터센터에 SMR 공급
삼성물산·SK·HD현대·포스코인터 등도 SMR 사업 확대 잰걸음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K-원전이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25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 계기로 성사한 양국 기업 간 협약 11건 중 최다인 4건이 원전 사업으로 채워졌다. 한미조선협력(MASGA)이 관세 협상 타결의 마중물이 됐다면, '원전 협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리품인 셈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임석 하에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조선·원자력·항공·액화천연가스(LNG)·핵심광물 분야에서 한미 양국 기업 간 11건의 업무협약(MOU)이 맺어졌다.
국내 경영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16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이그룹 공동회장 등 경영진과 구글, IBM, 보잉, 록히드마틴, GE, GM, 오픈AI 등이 배석했다.
MOU 가운데 원전 관련이 총 4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엑스에너지,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건설→운영→공급망 구축→투자→시장확대까지 전 주기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성과다.
4개사는 AWS가 7억 달러를 투자한 5기가와트(GW) 규모 SMR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는 엑스-에너지의 80메가와트(㎿)급 SMR 64기에 해당하며, 2039년까지 AWS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력 공급에 활용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미국 에너지 개발사(디벨로퍼)인 페르미 아메리카와도 원전·SMR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페르미 아메리카가 미국 텍사스주에 추진 중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형 원전 4기(총 4GW), SMR, 가스복합발전, 태양광, 대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등을 결합해 최대 11GW 규모의 독립 전력 인프라와 세계 최대 규모 AIDC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양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SMR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이 양국 에너지 산업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두산의 검증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를 목표로 미국 뉴스케일파워 등 해외 유력 SMR 기업과 협력하며 원전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구조 재편을 시도한 것도 '원전 투자 체력' 확보가 주요 목적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규모는 현재 396GW(기가와트) 수준에서 2050년 916GW로 확대, 대형 원전과 SMR을 합친 시장 규모는 10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은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는 미국이 최대 수요처다.
삼성물산과 SK그룹, HD현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도 SMR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미국 기업과의 협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 건설 관련 협력 MOU를 맺었다. 한수원은 미국 센트러스와 농축 우라늄 공급 물량 확대 계약을 맺었는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농축우라늄 공급망을 확보, 핵연료 밸류체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 22일 방한한 빌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SMR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SMR 개발사인 테라파워 회장직을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인 SK㈜와 2022년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까지 차세대 SMR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MOU 체결,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SMR의 실증과 상업용 원자로 개발 등 협력을 배가하고 있다.
HD현대는 SMR 분야 기술 및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테라파워에 나트륨 원자로의 주요 기자재인 원자로 용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양사는 또한 나트륨 원자로의 글로벌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공급망 확대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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