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후폭풍 시작, 노동계 투쟁 본격화…"우려가 현실로"(종합)

현대제철 비정규직, 원청에 교섭 요구…고소 예고
노조에 힘 실려…현대차 노조, 7년 만에 파업 초읽기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박기범 기자 =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도 원청과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노동계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가 많은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무분별한 노조의 교섭 요구를 차단할 수 있도록 사용자·노동쟁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호소한다.

현대제철 하청 근로자, 직접 고용 요구, 집단 고소 예고

하청업체 소속으로 현대제철(004020)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원청(현대제철)을 상대로 집단 고소를 예고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27일에는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현대제철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해당 고소에는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1890명이 참여한다.

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현대차, 6년 무분규 '위태'…HD현대중공업 부분 파업 예고

자동차 업계와 조선 업계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먼저 현대차(005380) 노조는 이날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이날 진행한다. 만약 찬성이 가결될 경우 2017년 이후 7년 만에 무분규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329180) 노동조합도 26일과 29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오는 29일까지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9월 첫 주부터 HD현대 조선 3사가 공동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010140)·HD현대중공업·한화오션(042660) 등 조선 3사를 포함한 8개 사업장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지난 달 이미 공동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경제계, 보완 입법 서둘러야…대체 근로 허용해야

일명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했다. 파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한다.

그동안 사용자 개념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 계약이 있는 자로 굳어졌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하도급 노동자로 확대해 민법상 도급 계약을 사실상 뒤엎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사업주는 1년 내내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6단체는 사용자 및 노동쟁의 대상 범위와 관련해 "향후 노사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 현장 혼란을 줄이려면 국회가 보완 입법을 통해 관련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경제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충실히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한 만큼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기업의 대체 근로자 투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들은 기업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대체근로를 다양한 형태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노동쟁의 시 직장 점거가 허용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은 직장 점거를 위법으로 간주해 대체 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보완 입법과 대체근로 허용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가 많은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에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하청업체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서, 이같은 사례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