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필수품 '전력 반도체·HVDC' 기술격차 커…'속도전' 필요

[李정부 경제정책]인재 육성 지원 절실…실효성 높여야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HVDC 개발 경쟁 치열해질 듯

폭염이 이어지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7.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원태성 기자 = 정부가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로 SiC전력반도체와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직류송전)를 지정함에 따라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력반도체와 HVDC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전력반도체는 미국과 스위스, 독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HVDC 변압기 역시 기술력이 떨어진다.

두 기술 모두 AI 시대 필수인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들이다.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AI 특수'를 외국 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물론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 역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첨단산업 전반 적용 가능 'SiC전력반도체'…"인재 양성 지원 필요"

정부는 22일 경제 성장 전략으로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올해 하반기부터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에는 SiC전력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지원, 해상풍력 및 HVDC 개발 등을 담았다.

전력반도체는 전력 흐름을 제어하는 반도체다. 전기차, 태양광 등 에너지 변환장치와 가전제품 전원 제어에 활용된다. SiC전력반도체는 실리콘카바이드(Sic)로 만든 반도체다. 기존의 실리콘 웨이퍼로 만든 제품보다 고온·고전압에 강해 전력 손실이 적고 경량화도 가능하다.

SiC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전반에 적용이 가능한 차세대 전력반도체다.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스위스, 독일이 전 세계의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기술 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해 8인치 SiC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연구개발을 넘어 시제품 양산까지 가능한 설비투자에 약 1000억~2000억 원을 투입했다. 또한 디바이스솔루션(DS)과 LED 사업팀, 종합기술원 등이 참여하는 전력반도체 전담 TF도 마련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 역시 SiC 기반 전력반도체 설계·제조 전문기업인 SK파워텍을 인수, 사업 강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올해 SiC전력반도체 양산 및 공급 계획을 세워놨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정부가 계획하는 기술 자립률·국내 생산 비중 제고 및 글로벌 톱 10 진입을 위해선 전문 인재 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에 있어서 인재 양성은 꼭 필요하다"며 "정부가 전문 인재 양성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난 해결은 앞으로도 계속 숙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해상풍력기 모습 ⓒ News1 DB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계획 속 대용량 'HVDC' 기술 절실

정부의 또 다른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해상풍력 및 HVDC 시장 역시 대대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AC) 전기를 직류(DC)로 변환해 송전한 후 목적지에서 다시 교류로 변환해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전압형 HVDC는 장거리 해저 전력 전송 및 양방향 송전이 자유롭기에 재생에너지 연계에 유리한 차세대 핵심 전력 인프라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주요 기업에 못 미치고 있다. HVDC의 경우 우리나라는 0.2MW급의 소용량 기술만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히타치, 지멘스, GE 등의 글로벌 기업은 2GW급 대용량 기술을 갖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용량 HVDC 기술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국내에서 HVDC를 개발·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이다. LS일렉트릭은 GE버노바의 변환 밸브 분야 선진 기술을 내재화해 전압형 변환설비 국산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HVDC 변환용 변압기 국산화는 이미 완료했다. LS일렉트릭은 글로벌 기업 GE버노바와의 기술 제휴를 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200MW급 전압형 HVDC 개발 및 양주 변전소 설치를 완료했고 2GW급 대용량 전압형 HVDC 국산화 기술 개발과 2027년까지 HVDC 변압기 전용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총 3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HVDC 기술 개발과 2030년까지 전력망 실증을 통해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해외 진출을 위한 트랙레코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모두 에너지고속도로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기술 개발을 위한 동력을 제공할 경우 HVDC 역량이 단기간에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해상풍력 경쟁력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보급과 글로벌 진출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해상풍력과 관련해선 20MW+급 블레이드와 베어링 설계 등 초대형 풍력 터빈과 부유식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부유식 풍력터빈 기술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 SK에코플랜트 등에서 개발 중이다. 현재 20MW급 이상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15MW급 기술 신뢰성은 확보했는데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연계해 사업을 확장하고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로 했기에 개발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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